우리나라의 외국인 국내직접투자(FDI)와 내국인 해외직접투자(ODI)와 관련된 양적ㆍ질적 지표가 주요국보다 크게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5년간(2015~2019년) 한국과 G5의 FDIㆍODI지표를 비교ㆍ분석한 결과 한국의 순 FDI 비율은 기간 중 평균 -1.7%로 G5 평균인 -0.3%보다 낮았다고 14일 밝혔다.
순 FDI 비율이란 FDI에서 ODI를 뺀 값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다.
한국이 G5 국가들보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 규모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규모가 더 큰 '투자 역조' 현상이 더 심했다는 의미다.
한국과 G5의 순 FDI 비율 변화를 200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순 FDI 비율은 -0.9%, -1.5%, -1.7% 등으로 투자 역조 현상이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G5는 같은 기간 -1.1%, -0.7%, -0.3% 등 개선됐다.
FDI와 ODI의 질적 평가를 위해 일종의 생산시설 투자인 ‘그린필드형 투자’ 지표를 비교ㆍ분석한 결과 한국은 최근 5년간(2015~2019년) 그린필드형 FDI가 직전 5년보다 16.8% 줄었지만 그린필드형 ODI는 6.9% 증가했다.
같은 기간 G5의 그린필드형 FDI는 31.6% 증가하고, 그린필드형 ODI는 2.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통상 그린필드형 투자는 공장 등 생산설비를 신설ㆍ확장하는 투자로 고용창출 등 경제적 기여가 높은 투자로 분류된다.
한경연 관계자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생산시설 투자는 줄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는 늘어났다"면서 "FDIㆍODI의 질적 악화로 국내 고용 감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AT커니가 조사한 FDI 신뢰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FDI 유치 경쟁력은 주요 25개국 중 21위에 그쳤다.
한경연이 FDI 신뢰지수 구성항목 중 중요도가 높은 5개 부문을 별도로 구분해 한국과 G5 국가 간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인프라경쟁력과 혁신역량은 비교우위에 있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조세경쟁력 △규제경쟁력 △시장개방도는 비교열위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2018~2020년) 평균 한국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27.3%로 G5 평균(22.6%)보다 높아 기업의 조세 부담이 컸다.
전체 조세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5.7%로 G5 평균(6.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한국과 G5의 규제 수준을 비교한 결과 한국의 기업ㆍ투자 규제수준이 6개국 중 가장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코넬대학교가 지난해 발표한 규제환경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규제경쟁력은 68.2로 G5 평균(88.2)을 밑돌았다. OECD의 FDI 규제지수에서도 한국의 FDI 규제 강도는 0.135로 G5 평균(0.05)보다 2.7배 강했다.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시장개방도도 한국에 대한 FDI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한경연 측은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이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시장개방도는 66.3으로 G5 평균(76.8)을 밑돌았다.
금융시장을 통해 자본이 얼마나 자유롭게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금융자유도지수도 한국은 60.0으로 G5 평균(72.0)보다 낮았다.
이와 달리 한국의 인프라와 혁신역량은 G5와 비슷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9년에 발표한 한국의 인프라지수는 92.1로 G5 평균(90.0)을 웃돌았다. 한국의 혁신역량지수도 79.1로 G5 평균(80.9)과 비슷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은 G5 등 주요국과 달리 FDI의 양적ㆍ질적 지표가 악화하면서 경제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조세ㆍ규제 경쟁력 제고 등으로 FDI를 확대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 등 경제 모멘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