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투자 자회사를 통한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유망 기업을 빠르게 발굴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18일 삼성전자 산하 벤처 투자 조직인 삼성넥스트(Samsung Next)와 삼성벤처투자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한 달 반 사이에 6개 스타트업 투자 소식을 공개했다.
두 투자 조직은 꾸준히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해오긴 했지만, 최근 투자 금액과 투자하는 기업 개수가 가시적으로 늘어나면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이 기간에 두 조직이 투자한 회사들을 살펴보면, 플랫폼ㆍ메타버스ㆍNFT(Non Fungible Tokenㆍ대체불가 토큰)와 같은 성장성 높은 업종을 기반으로 세를 불려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장 최근 투자 사실을 밝힌 회사는 게임 내 애플리케이션과 모드 개발 플랫폼인 '오버울프'(Overwolf)다. 이 플랫폼은 이용자가 게임 내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발 프레임 워크, 앱 스토어, 개발한 콘텐츠를 수익화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한다.
삼성넥스트는 15일(현지 시간) 오버울프가 유치한 5250만 달러(약 600억 원) 투자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인텔, 워너 뮤직 그룹 등 세계적 기업이 함께 해당 투자에 참여했다.
삼성넥스트는 ‘오버울프’에 투자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언급했다. 로블록스 역시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개발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버울프와 유사하다.
삼성넥스트는 “창의성과 게임이 결합하는 지점에서 로블록스에 이어 또 다른 '데카콘(decacornㆍ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신생 벤처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며 “게임 제작사와 판매담당자는 오버울프의 기술을 통해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는 ‘창작자 군단’을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
오버울프 이전 투자 내용을 살펴봐도 플랫폼ㆍ메타버스ㆍNFT 등 미래 사업 관련성이 두드러진다.
삼성넥스트는 지난달엔 △테라(헬스케어 플랫폼) △DSRV 랩스(블록체인 플랫폼), 이달엔 오버울프를 포함해 △텔레포탈(공간 컴퓨팅 개발) △니프티스(NFT 플랫폼) 등에 투자했다. 삼성벤처투자는 이달 초 NFT 관련 게임업체인 ‘애니모카’가 유치한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다.
이러한 투자 행보는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해당 산업들의 성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시점을 더 앞으로 당겨봐도 삼성은 투자 자회사를 통해 시류에 맞는 신사업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2017년 공식 출범한 삼성넥스트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출범한 때부터 수년간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관련 업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이 중 일부 업체에 대해선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NFT, 메타버스 등 신산업 투자 행보는 삼성뿐 아니라 재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LG 역시 최근 투자 자회사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가상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인 ‘웨이브’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