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 약속했지만…계속되는 악성 리뷰
한 고객이 배달 앱으로 마라탕을 주문한 뒤, 맵다는 이유로 별점 테러를 남겨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한 자영업자가 배달 앱 고객의 무리한 요구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뇌출혈로 사망한 이후, 배달 플랫폼들이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마라탕 주문은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커뮤니티에는 ‘아기랑 먹을 거니 아예 안 맵게 해달라고 여러 번 신신당부했는데 무시한 점주’라는 제목의 글과 배달 앱 리뷰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올라온 사진에 따르면 손님은 마라탕 사진과 "맵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을 남긴 영수증 사진을 함께 찍어 리뷰에 올렸다. 손님은 리뷰를 통해 음식이 너무 맵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별점 1점을 줬다.
리뷰를 작성한 손님은 "주문 전에도 아기랑 먹을 거라고 아예 안 맵게 해달라고 했고, 앱으로 주문할 때도 아기랑 먹을 거라고 아예 안 맵게 해달라고 했다"며 "매운 게 와서 전화드렸더니 순한 맛보다 안 맵게 했다고만 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아예 안 매운 거는 매운맛이 제로라는 거 아니냐. 제 말이 그렇게 어려웠던가 보다. 사과도 못 듣고 원하면 다시 해준다고 하시는데 황당하고 기분이 어찌나 상하던지…"라고 밝혔다.
해당 리뷰가 온라인상에 퍼지자 원래 매울 수밖에 없는 요리를 두고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갑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마라탕은 중국 사천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인 마라를 넣고 만든 탕 요리다. 음식의 특성상 매운맛이 날 수밖에 없는 요리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배달 앱 리뷰를 볼모 삼은 갑질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 때 생수 1L랑 담배 한 갑 부탁한다" "메뉴에 없는 메뉴를 달라" 등 유형도 다양하다.
이달 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뷰 잘 써드릴 테니 연어 초밥 4p 더 부탁한다"는 요구를 받았다는 자영업자의 하소연이 올라오고 있다.
빈번한 배달 앱 리뷰 갑질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달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와 정의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배달앱 이용 자영업자 중 63.3%가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배달 앱 이용 자영업자 중 10명 중 6명이 갑질을 경험한 셈이다.
자영업자들이 이런 갑질 리뷰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배달앱 별점과 리뷰가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당이 발표한 실태 조사에서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이 별점 테러나 악성 리뷰가 매출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매우 영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8%, "어느 정도 있다"고 답한 비율은 35.5%였다.
갑질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달 쿠팡 이츠 앱을 비롯해 배달 앱 플랫폼은 악성 리뷰 근절을 위해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점주) 등의 보호를 위해 5가지 정책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황당 갑질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