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은 대형화ㆍ고급화ㆍ전동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됐다. 크고 고급스러운 자동차가 많이 팔렸고, 전기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가 늘었다.
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과 수입차를 합한 1~6월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92만4000대로 지난해(94만8000대)보다 2.6% 감소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출고 차질에도 최근 3년 평균 수준을 유지했지만, 세부 수치를 들여다보면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인 변화는 ‘대형화’다. 몸집이 큰 자동차가 더 많이 팔렸고, 세단보다 SUV에 수요가 집중됐다. 올해 상반기 세단 판매량은 중형과 대형급 모두 10%대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11% 줄었다. 현대차 쏘나타 등 국산 대표 차종의 신차효과가 약화했고, 동급 SUV와의 경쟁이 심화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SUV 등 다목적 차량 판매량은 6%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대형급은 판매가 50% 이상 급증했다. 쌍용차 올 뉴 렉스턴 등 대형 SUV 신차가 출시됐고,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며 다인승 차량인 미니밴 판매가 호조를 보여 대형급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고급화’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국산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6.2% 줄었지만, 수입차는 판매가 17.9% 증가하며 고급 모델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성향이 짙어졌다. 수입차는 상반기 동안 16만7000대가 팔리며 시장점유율이 18.1%에 육박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평균 판매가격 4억 원이 넘는 초고가 수입 브랜드(애스턴마틴ㆍ벤틀리ㆍ롤스로이스ㆍ맥라렌ㆍ페라리ㆍ람보르기니)의 판매량도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이들 브랜드는 상반기에 765대를 팔았는데, 지난해 대비 38.3% 증가한 수치다. 수요가 점차 고급화하고 있는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벌어진 소비 양극화, 보복 소비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브랜드별로는 독일차가 전년 대비 23.9% 증가한 10만4000대 팔려 역대 최대 규모를 차지했다. 미국차는 상반기에 이미 1만 대를 넘어선 테슬라 전기차와 대형 SUV 판매 증가로 12.3% 증가한 2만3000대가 판매됐다. 닛산이 철수하며 일본차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판매 규모가 회복되지 못하고 전년 수준인 1만 대를 기록했다.
‘전동화’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로 꼽혔다. 내연기관 모델 판매는 줄었고, 전기(EV)ㆍ하이브리드(HEV)ㆍ수소전기(FCEV) 등 친환경차 판매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휘발유와 경유차는 각각 판매가 7.5%, 14.1% 감소했고, 특히 승용차 가운데 경유차 비중이 17.4%까지 낮아졌다. 2018년에만 하더라도 전체 승용차의 34%가 경유차였다. 반면, 친환경차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72.9% 늘어난 15만7000대에 달했다. 신차 판매 중 점유율이 지난해 9.6%에서 올해 1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전기차는 정부의 보급사업이 확대하며 판매가 78.1% 급증해 4만 대에 육박했다. 전기 승용차 판매량은 51% 늘어난 2만5000대였다. 다만, 전기 승용차 시장 점유율에서 국산차는 수입차에 밀렸다. 전체 승용 전기차 가운데 수입차는 59%를 차지했지만, 국산차는 40% 수준을 보였다.
전기버스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의 성장세가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전기버스는 363대가 신규 등록됐는데, 지난해 34% 수준이던 중국산 비중은 올해 41%로 증가했다.
하이브리드는 국산차가 강세였지만, 수입차의 추격이 거셌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대비 71.4% 증가한 11만3000대였다. 이 가운데 국산차는 6만6000대, 수입차는 4만7000대로 집계됐다. 국산차는 세금감면, 저공해차 혜택이 주어지는 풀 하이브리드 모델이 많이 팔렸고, 수입차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위주로 판매됐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수입차 판매만 급증하는 추세는 생각해 볼 일”이라며 “국내산 판매 부진은 외자계 3사의 노사갈등과 신모델 투입 부족 등 기업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하지만, 개소세 부과 시점 차이 등 수입차 대비 국산의 역차별에도 기인하는 점을 고려해 국내산이 수입차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장여건을 개선해줘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