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며 타이어 업계도 전기차용 타이어 개발,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전용 전기차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어 타이어 업계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다른 전용 타이어가 필요하다. 배터리 무게만 해도 약 200㎏이 넘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차체가 무겁다. 순간적인 가속력도 뛰어나고, 엔진이 없어 노면 소음이 더 크게 실내로 유입된다. 타이어도 이러한 특성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무거운 중량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마모와 미끄러짐을 최소화해 가속 성능을 뒷받침해야 한다. 소음을 줄여주는 기술도 필수적이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 ‘EV6’에 국산 타이어를 기본 장착하기로 했다. 19인치 모델에는 금호타이어의 ‘크루젠 HP71’와 ‘엑스타 PS71’, 넥센타이어의 ‘로디안 GTX EV’와 ‘엔페라 스포츠 EV’를 사용한다. 20인치 모델에는 독일 콘티넨탈 제품을 장착한다.
앞서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모든 제품군에 프랑스 미쉐린 타이어를 채택한 것과는 상반된 결정이다. 그간 국내 완성차 업계는 차량 고급화를 위해 수입 타이어를 기본 적용해 왔는데, EV6에는 국산 타이어를 장착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가 브랜드 최초의 전용 전기차 ‘GV60’ 이미지를 이날 공개하는 등 앞으로도 다양한 전용 전기차 출시가 예정된 만큼, 업계의 전기차용 타이어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 타이어 3사는 전기차용 타이어 관련 기술 개발과 수주에 공들이며 성과도 내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전기차용 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S1 에보3 EV’를 개발해 2017년부터 테슬라 ‘모델 3’에 납품하고 있다. ‘벤투스 S1 에보3 ev’는 무게와 소음, 회전 저항을 최소화해 전기차의 성능을 가감 없이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이후에도 포르쉐 순수 전기차 ‘타이칸’, 아우디 첫 순수 전기 스포츠카 ‘e-트론 GT’, 폭스바겐 전기 SUV ‘ID.4’에 신차용 타이어로 낙점됐다.
한국타이어는 또 다른 전기차 전용 타이어 ‘키너지 EV’의 제품군도 확대했다. 16, 17인치만 제공하던 ‘키너지 EV’의 규격을 18인치와 19인치까지 추가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다양한 차급의 전기차가 지속해서 출시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호타이어는 2013년 국내 첫 전기차 전용 타이어 ‘와트런’을 출시해 르노삼성 SM3 전기차에 독점 공급한 경험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타이어 내부 공기 진동으로 발생하는 소음(공명음)을 줄인 저소음 타이어도 개발했다. 공명음 감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흡음재 형상과 재질을 최적화한 ‘K-silent system’ 기술을 적용했는데, 2014년 흡음재의 형상과 재질에 대해 국내외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넥센타이어는 현대차 '코나EV'와 기아 '쏘울EV'에 이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에 전기차용 타이어를 공급한다. 카누에 납품할 ‘로디안 GTX EV’는 마모 성능에 특화했을 뿐 아니라 흡음 기술을 적용해 소음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기존 제품보다 단가가 높아 회사의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용 타이어와 일대일 비교는 어렵지만, 전기차용 타이어의 수익성이 더 높은 건 사실"이라며 "추후 전기차 가격과 보급 속도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보급이 확산함에 따라 신차용 타이어뿐 아니라 교체용 타이어(RE)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용 타이어의 평균 교체 주기를 기존과 같이 5년으로 추산한다. 시장조사업체 리포트앤데이터는 2026년 세계 친환경차 타이어 시장 규모가 1780억 달러(약 209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