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원 수수께끼, 미국 과학계서 우한연구소 유출설 힘 받는 이유는

입력 2021-08-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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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만 해도 '동물 감염설' 대세
이제는 주류에서도 '유출설' 정밀 조사 요구 목소리 커져
연구소서 배양 의혹 제기하는 과학자도

▲2월 3일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세계보건기구(WH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단이 들어간 가운데 입구를 경비원들이지키고 있다. 우한/AP뉴시스
▲2월 3일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세계보건기구(WH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단이 들어간 가운데 입구를 경비원들이지키고 있다. 우한/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살아나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1년 전 ‘동물 감염설’이 대세를 차지했던 과학계에서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이하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미국에서 우한연구소 유출설이 힘 받는 이유를 소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6일 정보기관에 코로나19 기원을 재조사해 90일 이내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곧 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재조사로 나아가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7월 중순 상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자 “거짓말쟁이들이 당신의 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NIAID 상부 기관인 국립보건원(NIH)의 자금이 우한바이러스연구소로 흘러 들어갔다는 점을 들어 파우치 소장 등이 지원한 연구가 코로나19 유출 원천이 됐다고 비난했다.

코로나19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은 확산 직후부터 거론돼왔다. 연구진의 감염 등으로 시내에 퍼졌다는 것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유출을 은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증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과학계에서는 박쥐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나서 모종의 매개 동물을 거쳐 인간에 감염됐다고 보는 ‘동물 감염설’을 지지, 연구소 유출설을 부정하는 목소리가 대세였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반(反) 트럼프 성향의 주요 언론도 이런 과학계의 시각을 따랐다. 트럼프 전 정부에서도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올해 봄, 논쟁의 재연

이렇게 표면상으로는 가라앉았던 논쟁이 올해 봄부터 재연됐다. 이번에는 과학계에서도 유출설을 접지 말고 그 가능성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면역학자 등 18명 과학자는 5월 14일자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동물 감염설과 유출설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균형을 잃었다며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서한에 서명한 예일대학의 면역학자인 이와사키 아키코 교수는 “확실한 정보가 얻어지지 않았는데 유출설은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6월 15일에는 미국의 과학과 공학, 의학 등 3개 아카데미 수장이 공동으로 “과학의 원칙에 비춰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과학계 주류가 유출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게 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우한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제기해온 매사추세츠공대(MIT) 브로드인스티튜트 소속의 앨리나 챈 박사후 연구원이 일약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챈은 코로나19가 인간세포에 침입하는 것에 처음부터 너무 적응돼 있었다며 연구소에서 배양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에서 과학 전문기자였던 베테랑 과학 저널리스트인 니콜라스 웨이드는 학술지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해 유출설을 부인하고 음모론으로 몰아붙였던 과학자 그룹들의 주장에 확실한 근거가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학술지는 인류종말시계 발표로 유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정보기관의 미공개 보고서에 근거해 우한연구소의 연구자 3명이 2019년 11월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으로 입원했다고 전해 유출설을 시사했다.

유출설 지지 커진 배경은?

왜 지금에서야 유출설에 대한 지지가 커졌는가. 의학지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은 두 가지 요인을 지적했다.

하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진이다. 트럼프가 유출설을 주장하면서 소리 높여 중국을 비난하면서 과학자들이 당파 대립에 말려드는 것을 꺼렸는데 이제 그 속박이 풀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WHO 국제조사단의 잘못이다. 1월 우한에 들어간 조사단은 중국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어 충분하게 사실을 해명했다고 볼 수 없다. 극히 가능성이 낮다며 유출설을 부인한 조사단 보고서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마저 실망감을 표시하며 재조사를 지시했을 정도다. 결국 중국 정부가 조사에 비협조적인 인상을 준 결과 은폐에 대한 의심을 더했다는 것이다. 유출설에 부정적인 파우치 소장도 중국에는 더 많은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기능 획득(Gain Of Function)’ 연구에 대한 우려 고조

유출 가능성을 거론하는 과학자들은 생명공학의 ‘기능 획득’ 연구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이 연구는 유전정보에 손을 대서 바이러스의 능력을 바꾸는 것으로, 바이러스의 성질을 해명해 백신 개발에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위험한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불안도 지적됐다. 일부 과학자들은 코로나19의 경우에 한하지 않고 기능 획득 연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맥락에서 유출설의 정밀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우한연구소는 중국 남부 윈난성 동굴에서 서식하는 박쥐에서 다수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채취해 1만여 개의 시료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능 획득 수법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쉽게 감염될 수 있도록 손을 가해 코로나19가 나온 것은 아닌지라는 혐의가 지적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박쥐 여인’으로 불리는 스정리 우한연구소 연구원은 NYT의 6월 14일자 기사에서 “바이러스의 독성을 높일 수 있는 기능 획득 연구는 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스정리는 유출설 자체도 지난해부터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충분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미국 사회의 분열도 끝나지 않는 논쟁 배경

미국 사회의 분열도 정치화된 코로나19 기원 논쟁에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봤다. 인터넷 정보 환경은 자신이 믿는 것에 부합하는 정보만이 눈에 들어오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쉬운데 이런 분열상이 이를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도쿄대의 가라사와 가오리 교수는 “어떤 사건이나 사물의 불확실성이 크고 자신이 속한 사회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음모론에 쉽게 빠진다”며 “누군가의 흉계라고 보는 시각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알기 쉬운 해석을 부여해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하고 싶은 인간 심리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예일대의 이와사키 교수는 “미래의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라도 코로나19의 기원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갑작스러운 정치적 논쟁을 피하고 데이터에 근거해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계속 조사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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