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국내 생산설비 투자가 10년 새 2배로 늘었다.
완성차 생산이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전기차 중심으로 이동 중인 만큼, 향후 이를 뒷받침할 설비 투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상반기 글로벌 '시설 및 설비투자' 금액은 1조2873억 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 투자된 금액만 8360억 원으로 전체 글로벌 설비투자 가운데 69.4%를 차지했다.
시설 및 설비투자는 △신차 생산을 위한 공장설비 교체 △새 공장 건설 △기존 공장 증설 △시설 보완투자 등에 쓰인다. 신차개발(연구개발비용) 부문은 제외된 금액이다.
현대차의 전체 설비투자는 2017년 이후 증가세다. 당시는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발발 이후 중국 사업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무렵이다.
현대차는 중국 사업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이른바 '탈(脫)중국 전략'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로 인도(증설)와 베트남(합작 조립공장), 인도네시아(신공장) 등을 확정했던 때다.
해외 투자 못지않게 국내 투자금액과 이 비중도 늘었다.
2010년대 초 4000억 원대에 머물렀던 국내 설비투자는 10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 올 상반기 8300억 원을 넘겼다.
자연스레 전체 설비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2012년 51.7%였던 국내 설비투자는 올 상반기 64.9%로 13.2%포인트 증가했다. 글로벌 전체 설비투자가 약 53% 늘어날 때, 국내 투자는 93% 증가한 셈이다.
해외 설비투자 확대가 '탈중국' 전략과 맞물렸다면, 국내 설비투자 증가는 친환경 미래차 전략과 일맥한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은 하나둘 친환경 미래차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적으로 천문학적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생산설비를 전기차 설비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해온 충남 아산공장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약 4주 동안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개선에 나섰다. 이른바 ‘리-툴드’작업이다. 내년부터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6'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잘 돌아가는 공장을 한 달 동안 멈출 만큼 전동화 시대를 위한 대비는 중요하다.
아산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되면 이곳은 다시 한번 글로벌 전기차 생산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96년 준공한 아산공장은 현대차 글로벌 주요 공장의 모태다. 미국과 중국에 세운 주요 공장들이 아산공장의 설계도를 참고했다.
아산공장이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함께 생산하게 되면 당분간 이 시스템을 글로벌 주요 공장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투자는 신공장 중심으로, 국내 투자는 기존 설비의 보완 중심으로 이뤄졌다"라고 말하고 "향후 국내외 설비투자는 친환경 차 시대를 대비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