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천억 원 상당의 선박 연료를 공급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해운과 SK에너지 등에 벌금형을 구형했다.
28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검찰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8-2형사부(재판장 김예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SK해운과 SK에너지 등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SK해운에 벌금 20억 원, SK에너지에 벌금 10억 원, SK B&T 서울 영업소에 벌금 3억 원, 켐오일인터내셔날(켐오일)에는 벌금 20억 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임직원들에게는 징역 8~10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에서는 이들 기업의 거래가 수출에 해당하는지, 업체들이 국내 사업장이 없는 외국 법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부가가치세법은 수출을 '우리나라 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구 법인세법은 '외국 법인은 국내 원천 소득에 대해서만 법인세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사업 수행에 필요한 주요 의사 결정과 관리 감독이 국내에서 이뤄지면 국내 법인으로 보고, 해당 법인은 세금계산서를 내야 한다.
SK해운은 자회사로 만든 SK B&T에 양도한 83억여 원의 벙커링 사업부 영업권과 253억여 원 상당의 선박 연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SK에너지 등은 켐오일에 1241억여 원의 선박 연료를 공해상에서 공급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
SK B&T와 켐오일이 법적으로 외국 법인으로 해석되면 이들 기업의 거래는 수출로 인정 돼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도 된다.
검찰은 "해당 기업들의 국적과 수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법리상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에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할 것"이라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SK해운 측 변호인은 “조세 법정주의 측면에서 재판부가 잘 판단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SK에너지 측 변호인은 "공해상에서의 거래에 대해 우리나라는 과세권이 없기 때문에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SK해운과 SK에너지가 공해상에서 외국 선박에 연료를 공급한 것은 연료의 이동이 시작된 국내항을 공급 장소로 봐야 하므로 수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가 있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1심은 SK해운과 SK에너지에 각각 벌금 4억3000만 원, 벌금 9억90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만 SK B&T와 켐오일의 경우 "외국 법인으로 해석되므로 이들에 대한 공소는 당사자 능력이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SK해운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10월 1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