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공개된 3차 신규택지는 주로 수도권 서남부 지역에 입지해 있다. 위례·판교·분당신도시로 이어지는 경기 동남부 축에 버금가는 서남부 축에 거점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기도 의왕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신설을 검토키로 했다.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신도시 물량을 더하면 이 일대에서 공급되는 주택은 모두 14만 가구에 달한다.
다만 새 택지 개발 기대감에 이 일대 집값 상승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고,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불붙은 수도권 집값 급등세를 진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신규 공공택지 발표는 전국 83만 가구 공급 방안을 담았던 2·4 대책의 후속 조치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 18만 가구를 비롯해 신규택지 개발로 총 25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광명·시흥신도시(7만 가구)를 골자로 한 10만1000가구 공급안이 담긴 1차 신규택지를 공개했다. 4월에는 지방 물량 1만8000가구 계획이 담긴 2차 입지가 발표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미뤄진 수도권 공급 물량은 1차 발표 이후 6개월이 지나서야 나온 셈이다.
이번 신규택지 14만 가구 중 수도권 물량(12만 가구)이 전체 물량의 85%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주택이 들어서는 곳은 의왕·군포·안산신도시다. 약 586㎡ 규모로 4만1000가구의 물량이 풀릴 예정이다. 동탄신도시 서북측 미개발 지역인 화성 진안지구(452㎡)도 여의도 면적의 1.5배로 공급량이 총 3만 가구에 육박한다.
정부의 구상은 광명·시흥신도시를 기점으로 의왕(초평·월암·삼동)·군포(도마교·부곡·대야미동)·안산시(건건동·사사동), 화성 진안 등 6개 지역을 수도권 서남부 거점도시로 조성하는 것이다. 동남부의 위례·판교·분당·동탄신도시와 균형을 맞출 서남부 주거 벨트를 만들 계획이다. 이들 6개 지역에는 앞으로 총 14만 가구가 쏟아진다. 인천 구월(1만8000가구)을 비롯해 △화성 봉담(1만7000가구) △남양주 진건(7000가구) △양주 장흥(6000가구) △구리 교문(2000가구) 등 중소 규모 도시 물량(5만 가구)의 3배에 달한다.
다만 이번 신규택지는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왕·군포·안산 3개 지역을 아우르는 택지가 지리적으로 3기 신도시는 물론 1기 군포 산본신도시보다 남쪽에 위치해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급 확대 자체는 긍정적이나 신규택지 대부분이 인접 수도권이라기보다 경기도권으로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의왕·군포·안산신도시는 지하철 1호선(의왕역)과 4호선(반월역), GTX-C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GTX C노선의 의왕역 정차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까지 20분대로 접근할 수 있게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선 정부의 공급 대책이 사실상 실기(失期)한 만큼 급등하는 수도권 집값을 누그러뜨리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집권 후반기에야 대규모 공급 대책이 나와 현 정부 임기 내에 집값 안정 효과를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분양, 완공, 입주 등 공급 일정과 그로 인한 효과는 차기 혹은 그 뒤 정부의 몫"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이번 3차 신규택지의 입주자 모집은 2026년 이후에야 개시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발표로 해당 지역 집값 상승세가 오히려 가속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광명·시흥신도시가 신규택지로 발표된 뒤 시흥시 일대 주택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2.4대책 발표 이후 경기권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던 3월 넷째주(22일 기준) 시흥시는 유일하게 1% 넘는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정부가 이날 GTX-C노선에 의왕역 신설 검토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이 지역 집값은 벌써부터 들썩이는 분위기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