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휴일 등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축산업 노동자 A 씨가 휴일 등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축산업 종사 근로자에게 적용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판관 5(헌법불합치)대 4(기각·각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헌법불합치 의견이 다수지만 헌법재판소법상 인용 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6명)에 이르지 못했다.
농장에서 소 관리, 분뇨 정리 등 업무를 한 근로자 A 씨는 연장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 하루 8시간 제한, 연장근로·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등을 규정한다. 다만 축산업 등 근로자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A 씨는 “농림수축산 사업의 근로자들에게 무제한적인 연장근로를 허용해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축산업의 계절적 특성 등을 고려해 사용자와 근로자가 사업특성에 맞는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한 것”이라며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축산업은 중소농 중심”이라며 “영세성을 고려했을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일을 보장하고 가산임금 지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도록 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을 지울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자칫 영세 농가의 도산·폐업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며 “축산업 종사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 규정을 전면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근로조건 개선에 기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다만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일 규정 적용을 전부 배제함으로써 축산업 근로자들의 적정 근로시간, 휴일에 관한 어떠한 법적 보호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축산업의 산업적 특성과 사업장의 현실을 고려해 적절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