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 관계에 있는 여성의 집에 들어갔다가 주거침입죄로 재판에 넘겨진 내연남이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거주자의 허락을 받고 통상적 방법으로 집에 들어간 경우 다른 동거인의 승낙을 받지 못했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내연 관계에 있는 B 씨 부부가 공동으로 거주하는 집에 세 차례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공동 거주자인 B 씨 남편 C 씨의 허가 없이 현관을 통해 집에 들어간 행위에 대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유죄로 판단하고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당시 B 씨로부터 승낙을 받았기 때문에 A 씨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할 수 있는 행위태양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합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일부가 부재중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 승낙을 받아 통상적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이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합의 이번 판결로 동거인 전원의 승낙을 받지 않는 경우 주거침입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1984년 대법원 판결 등 기존 판례가 모두 바뀌게 됐다.
다만 대법관 2명은 “A 씨가 피해자의 아내와 간통할 목적으로 아파트에 출입한 것은 부재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