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의 플랫폼 규제 강화에 카카오가 사실상 백기 투항한 가운데 네이버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논란에서 한발 비켜서 있던 네이버는 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던 만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네이버 관계자는 “분수펀드 등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상생안을 잘 이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해서 지원할 방침”이라며 “플랫폼 규제와는 별개로 지원안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1위 포털 사업자로서 지배적인 위치에서 다양한 독과점 우려에 시달린 뒤 중소상공인, 기존 이익집단의 반발에 기민하게 대응한 바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2012년 오픈마켓 형태의 ‘샵N’서비스를 선보이며 골목상권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포털 검색 사업자가 판매 사업까지 한다”며 강한 반발을 나타내기도 했다. 네이버의 사업 진출에 반발한 이커머스 업체들은 네이버 지식쇼핑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에 네이버는 ‘스마트팜’을 선보이며 소상공인 지원에 나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016년 서비스총괄부사장으로 재직 당시 출범한 ‘프로젝트 꽃’ 역시 소상공인 지원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5년 만에 45만 명의 온라인 창업자를 배출한 프로젝트 꽃은 낮은 수수료를 강점으로 중소상공인을 위한 필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젝트 꽃의 일환인 ‘분수펀드’를 통해서는 시행 이후 4년간 총 2772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한성숙 대표가 직접 설계한 플랫폼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묘수로 작용한 셈이다.
주요 사업 무대를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으로 돌린 것도 신의 한 수가 됐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일본 시장을 주력 무대로 삼고 있다. 현재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경영 통합을 거쳐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본사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옮겨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웹 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제페토’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개척에 중요한 플랫폼으로 꼽히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는 2010년대 이후 B2C(기업ㆍ소비자간 거래) 분야로 갔다가 칼을 맞은 뒤 B2B(기업 간 거래)에 집중하고 있다”며 “계열사별로 각개약진하던 카카오는 그런 경험 없이 확장기를 맞아 총력전을 벌이다 지금 같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