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문어발 사업이 위기 불렀다…벽에 부딪힌 중국 성장모델

입력 2021-09-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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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기차·헬스케어·스포츠 등 진출…359조원 빚더미
"헝다의 몰락, 부동산 주도의 중국 성장 모델 한계 시사"

▲중국 베이징의 헝다그룹 건설 현장에 22일 근로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헝다그룹 건설 현장에 22일 근로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영문명 에버그란데)’의 유동성 및 파산 위기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 1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됐던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연상시키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N방송은 헝다가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대하면서 결국 막대한 부채를 안게 돼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1997년 설립된 헝다는 중국 부동산 산업을 대표하는 업계 2위 민간 기업으로, 전국 280여 개 도시에서 1300개가 넘는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다. 고용된 직원 수는 25만 명에 달한다. 한때는 창업자인 쉬자인이 2017년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창업자와 마화텅 텐센트 회장을 누르고 중국 최고 부자에 올랐을 정도였다. 미국 포춘 선정 세계 500대 기업 명단에서 122위에 랭크될 정도로 매출 기준으로 세계적인 대기업이다.

비극은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부터 시작됐다. 헝다는 주거용 부동산 분야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자국 내 아파트가 포화 상태에 이르는 등 부동산 시장이 성숙 단계에 다다르자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다.

헝다는 가뜩이나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벌였는데,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과 대규모 신사업 투자에 나서면서 천문학적인 빚을 쌓았다. 금융, 전기차, 헬스케어, 스포츠, 식품 등 본업과 크게 관계없는 분야에까지 발을 뻗으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헝다는 2010년 현재 광저우 헝다인 중국 프로축구팀을 인수했다. 이후 헝다는 1억8500만 달러를 들여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학교를 세웠다. 심지어 광저우 헝다는 10만 명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축구경기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헝다는 중국 하이난성에 호텔과 테마파크 등으로 구성된 ‘오션 플라워 아일랜드’도 건설하고 있다.

▲헝다그룹 총부채 추이. 단위 조 위안. 올해 상반기 1조9665억 위안. 출처 블룸버그
▲헝다그룹 총부채 추이. 단위 조 위안. 올해 상반기 1조9665억 위안. 출처 블룸버그

결국 헝다의 총부채는 약 1조9665억 위안(약 359조 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는 중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헝다의 복잡한 사업구조와 회사 자산에 대한 불충분한 정보 등으로 회복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처럼 잘 나가던 헝다의 극적인 몰락이 중국의 부동산 주도 경제성장 모델이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컨설팅회사 차이나베이지북의 릴랜드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지도부는 자국의 성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오래된 ‘빌드, 빌드, 빌드(Build, build, build) 플레이북’이 더는 작동하지 않으며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성장 모델을 바꾸려는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는데, 헝다의 운명과 그에 따른 여파가 이런 시도를 좌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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