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이미 이명박 대통령에게 "지난해 말 한국경제가 마이너스가 될 것 이라고 보고한 적이 있었다"고 토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가 아직까지 대외적으론 '장밋빛 전망'을 발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숨기고 '마이너스 성장'전망을 인지하는 이중적 행태를 취했다는 점에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준거가 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만수 장관은 퇴임을 앞둔 지난주 6일 간담회를 열어 자신은 "자신은 경제 전망을 좀더 비관적으로 보며 이미 지난해 말 대통령께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내내 2009년 한국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이룰 것이란 장밋빛 전망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았으며 지난해 12월 16일까지도 2~3%의 성장 전망을 고수해 왔으며 이를 공식적으로 브리핑 한 바 있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1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2009년도 경제운용방향 보고회의'에서는 올 경제성장률을 3% 내외로 하는 경제운용방향을 확정해 발표한 바 있다.
강 장관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서“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도 내년(2009년)중 우리경제 성장률을 2∼3%로 하향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해 효과가 가시화된다면 내년(2009년) 성장은 3% 내외, 경상수지는 100억달러 이상, 취업자는 10만명 이상 증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임기중 연평균 7% 경제 성장 표명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대외적 악재가 있다해도 일단은 출범 원년인 현 정부가 마이너스 성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경제 성장률과 관련한 기획재정부 담당과는 종합정책과다.
종합정책과 관계자는 강 장관의 마이너스 성장 대통령 보고와 관련 "지난해 12월 16일 경제운용방향 보고회의 이후 강 장관에게 여러 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해 올 한국경제 성장률이 하방 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고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며 "강 장관도 그 이후 이러한 보고 내용을 토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 장관에 이어 재정부 장관으로 부임하는 윤증현 내정자는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009년 경제 성장률에 대해서는 장관 취임 후 곧 수정하겠다"며 "정부의 당초 전망은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것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해 수정치를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재정부 종합정책과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장관으로 공식 부임하는 대로 수정 성장률 전망치를 곧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만 긍정적인 전망을 해왔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아 왔다.
재정부는 지난해 11월 수정 예산안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4% 내외로 가정하고 세입 계산을 했고 12월 16일 경제운용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3% 내외로 낮췄지만, 세입예산안은 수정하지 않았다.
통상 성장률이 1%p 하락시 세수는 1조 5000억~2조원 정도 감소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올들어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달 2.2일 한국개발연구원, 올해 경제성장률 지난해 11월 3.3%에서 0.7%로 수정 전망했다.
IMF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4%로, 씨티그룹 2.0%에서 -1.8%, 스탠다드차타드 1.4%에서 -1.2%로, JP모건 1.5%에서 -2.5%, 모건스탠리도 2.7%에서 -2.8%로 한결같이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만 한다"며 "세수결함으로 추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경제성장률을 4% 내외에서 0%~ -1%로 조정한다면 세입이 최대 8조~10조원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