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은 공인이 아닌 피의자가 초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 씨가 대한민국과 수사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16년 9월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도주했다가 체포됐다. 심문을 위해 법원에 인치되는 과정에서 A 씨는 법원 현관에서 대기 중이던 언론사 기자들에게 사진이 촬영됐다.
A 씨는 "수사관에게 얼굴·수갑을 가릴 수 있는 물품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공받지 못했다"며 "기자들이 몰려나오자 이를 제지하지 않고 팔짱을 푼 채 촬영과 질문을 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기관은 초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다하지 않아 명예와 초상권이 침해됐다"고 덧붙였다.
1심은 "초상권은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수사관 입장에서 이를 방지할 절박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얼굴·수갑을 가릴 의무를 위반한 부작위는 고의·과실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은 "수사관은 상사의 지시에 따라 구속영장을 집행했을 뿐 기자들에 공개하는 데 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A 씨는 공인이라고 보기 어려워 신상을 공개할 필요가 없음에도 공개했기에 대한민국의 과실은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 승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수사기관의 공보행위나 보호 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결을 인정하고 대한민국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