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취업규칙에 ‘전직’(전보)을 징계 종류로 규정하고도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징계성 발령을 내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세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세스코는 2017년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A 씨를 출퇴근이 2시간 이상 걸리는 다른 지역 부장으로 좌천성 발령했다. A 씨가 상급자인 B 씨의 권위를 상습적으로 무시하고 불화를 일으키는 등 조직 내 위계질서를 경시해 사내질서를 문란하게 했고 지사장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했다는 이유다.
당시 A 씨는 입사 후배인 B 씨가 먼저 본부장으로 승진하자 공식 석상에서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A 씨의 전근을 요청했다.
또 A 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에게 모욕을 일삼고 ‘특별관리대상’으로 취급해 퇴사를 종용한 점 등도 발령 근거가 됐다.
A 씨는 인사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인정받았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도 부당전보로 판단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사건 인사명령은 실질적으로 회사 취업규칙이 징계처분으로 규정한 ‘전직’ 등에 해당하는데도 징계절차에 따르지 않았으므로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나 권리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씨의 행위는 사용자가 인사명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유고, 바뀐 출근 장소도 관리자급 근로자로서 감내해야 할 생활상 불이익의 범주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사업장의 취업규칙이 ‘전직’을 징계 수단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실제 이뤄진 처분의 실질적 효과, 의미 등을 고려해 징계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도 “회사 취업규칙에 의하면 징계혐의자에게 출석통지를 하고 출석시켜 소명의 기회를 부여한 후 의결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인사발령을 했으므로 위법하다”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