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관문인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산하 생계형 적합업종지정 심의위원회(심의위)가 연내 개최에서 내년 1월로 또다시 연기됐다. 심의위만 지켜보며 3년여 허송세월한 완성차 업계가 내년 진출 준비를 선언한 가운데 기존 중고차 업계는 무력시위라는 초강수를 예고하는 등 업계와 소비자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2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권칠승 장관은 연내에 생계형 적합업종 안건을 심의위에 넘긴다고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방역지침 강화 조치 대응과 연말이란 시기적인 문제로 안건 전달이 미뤄지고 있다. 심의위가 개최되기 위해선 중기부의 안건 전달은 필수다. 중기부의 안건 전달 후 심의위는 일정을 조율해 회의를 개최한다.
박상용 중기부 상생협력지원과장은 “현실적으로 이번 달 심의위 (안건 전달은) 물리적으로 힘들어 1월 초로 미뤄질 거 같다”며 “계속 논의 중이고 심의위 일정도 거의 확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심의위 개최가 미뤄진 데에 대해 “갑자기 방역이 강화된 부분이 있고 연말이란 시기 때문에 위원회의 위원들과의 일정 조율이 힘들다”며 “심의위가 언제 개최될지는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최대한 1월 초까지는 개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의위는 소상공인과 중소ㆍ중견ㆍ대기업, 동반성장위원회 추천위원들과 공익위원을 포함해 15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심의위가 개최되면 사안에 따라 몇 차례 논의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앞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고 지난 6월부터 약 3개월 동안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상생협약 체결을 시도했으나 합의가 불발됐다. 지난달 말에도 중기부를 중심으로 사흘간 재차 협의를 시도했으나 협상이 무산돼 논의는 중기부 산하 심의위로 넘어가게 됐다.
3년째 공회전을 거듭하자 자동차 관련 시민단체가 지난 20일 주무 부처인 중기부를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하기도 했다. 국민감사 청구 취지에 대해 단체는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를 법정 시한이 넘도록 결정하지 못한 중기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고 알렸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사청구라는) 제도를 처음 들어봤는데 그 사안에 대해 알고는 있다”며 “일단 심의위 개최가 중요하니 이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완성차 업계가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기존 중고차 업계는 반감을 드러냈다. 심의위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지 않고 섣불리 시장 진출을 해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바라봤다.
안병열 서울시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은 “완성차 업계의 진출 결정은 말이 안 된다”며 “당장 지난달에도 4일간 연수원에서 회의를 진행했는데 자기들 마음대로 들어온다는 것은 시장경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정말 진출한다면 무력시위라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