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친환경 선박 연료인 저유황유(LSFO)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관련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던 국내 정유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6일 정유업계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아시아 해운 시장을 중심으로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이 대량 투입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새로 투입되는 선박 중에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스크러버는 선박의 연료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들은 황산화물 함유량이 높은 고유황유(HSFO)를 사용해도 오염물질 배출을 막을 수 있다.
스크러버를 설치하지 않은 선박들은 저유황유를 써야만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를 충족할 수 있다.
스크러버와 저유황유는 일종의 대체재인 셈이다.
스크러버를 장착한 선박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고유황유와 저유황유의 가격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황유의 가격 상승세를 고려하면 스크러버를 다는 것이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선박유 정보제공업체 ‘쉽앤벙커(Ship&Bunker)’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초저유황유(VLSFO)의 가격은 46% 올랐다. 같은 기간 고유황유와의 가격 차이도 92%가량 벌어지며 100만 톤(t)당 150달러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고유황유의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저유황유의 인기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자재 시장 조사업체 ‘S&P 글로벌 플래츠’는 전 세계 선박용 연료 중 고유황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5%에서 2030년 28%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흐름은 저유황유(LSFO) 사업에 일찌감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국내 정유업체들에는 부정적이다.
GS칼텍스, SK에너지,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2020년 국제해사기구 규제 시행에 앞서 저유황유 생산 설비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선제적으로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국내 저유황유의 생산 비중은 2018년 18.2%에서 2020년 69.5%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다만 저유황유의 수요가 급감하지는 않으리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스크러버를 단 선박 투입이 늘긴 했지만, 전체 선박들을 놓고 보면 비중이 미미한 상황”이라면서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보면 저유황유 가동률을 점차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