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국내 고용이 18만 명 줄어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같은 기간 해외 투자 법인에서의 고용은 43만 명 늘었다. 제조업 일자리의 해외 유출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중국, 미국, 일본, 독일, 한국, 인도 등 세계 6대 제조국의 최근 5년(2015~2019년)간 제조업 지형 변화의 주요 특징과 국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고용현황이 나왔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 따르면 중국,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 5개국 중 2015년 대비 2019년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한 나라는 한국(-3.9%)과 중국(-6.1%)이었다. 반면 일본, 독일, 미국은 각각 3.3%, 3.3%, 3.1%씩 증가했다.
한국의 제조업 취업자는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매년 감소했다. 선박 수주 급감에 따른 조선업종 구조조정과 자동차 업종 구조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경련 측은 분석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월 대비 2020년 1월 조선 업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취업자는 7만4000명, 자동차 업종은 1만4000명 줄었다.
중국의 경우 세계 경제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해 2018년 말까지 이어진 공급 부문 개혁 정책, 지속적인 제조업 부문 임금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미국, 일본, 독일 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업 기반 강화,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지속 추진한 결과 취업자가 늘었다.
중국, 미국, 일본, 한국 4개국에 대한 해외투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19년 자국 내 제조업종 취업자가 증가한 일본과 미국은 해외투자 법인의 현지 고용인원이 각각 4.9%, 0.2% 감소했지만, 한국의 경우 29.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전체 업종 해외투자법인의 현지고용인원도 85.0% 증가했다.
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한국의 비중도 줄어들었다. UNIDO(UN 산업개발기구)의 세계 제조업 생산 통계에 따르면 세계 제조업의 명목 생산액은 2011년 11조7200억 달러에서 2019년 13조9600억 달러로 연평균 2.2% 성장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세계 제조업 생산 비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각각 2.1%p, 0.4%p 올랐다. 반면, 미국과 독일, 한국은 각각 0.6%p, 0.3%p, 0.2%p 떨어졌다. 일본은 변화가 없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2019년 미-중 무역 전쟁에 따른 수출 감소,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 위축, 공장 해외이전, 자동차ㆍ조선업종 구조조정 등으로 한국은 제조업 비중에서 인도에 역전당하면서 5위에서 6위로 한 계단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국내 제조업의 투자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우리 제조업의 국내 투자(한은 국민계정 제조업 총고정자본형성) 대비 해외 투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업 고용은 줄어드는 대신 해외 고용이 늘고 있다”며 “우리 제조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가 국내 투자․고용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정부는 핵심 기술 개발 및 제조업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