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사후 제재’에 치우쳐 있는 금융당국의 감독 방향을 일갈했다.
은행권은 사고 예방을 위한 금융감독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상당한 감독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지만, 금감원이 사전 감독보다는 사후 제재를 통한 ‘은행 때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은행연합회의 여야 대통령 선거 후보 제언서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합리적인 감독·제재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 제언서에서 은행연합회는 “금감원이 제공 중인 감독·검사서비스는 주로 사후검사 및 제재 위주로 치우쳐 있고,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 컨설팅, 상시적인 규제 해석, 문제점 공유와 관련한 서비스 제공은 미흡한 측면이 있다”라며 “금융회사는 금감원에 이미 상당한 감독 분담금을 지급하고 있음에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여러 로펌 등에 막대한 컨설팅 비용을 또다시 지불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운영 재원을 수검 금융사가 납부하는 감독 분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금감원 총예산 3630억 원 중 2788억 원(76.8%)이 감독 분담금이다. 금융지주와 은행이 납부하는 금액은 1202억 원으로 감독 분담금의 43.1%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사후 제재의 경우에도 명확한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제재가 내려질 경우 수검 받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응 인력투입, 외부 로펌 법률자문비용, 영업 차질 등 관련 비용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이의 제기를 유발한다”라며 “금감원 입장에서도 업무 과중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금감원의 감독·검사·제재에 대한 권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이 법원에 제기한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1심 승소하는 등 은행권에선 금융감독의 합리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돼 왔다. ‘돈 내고 매 맞는 꼴’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다.
은행권은 감독 분담금이 세금이 아닌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인 만큼 사전 컨설팅 측면에서의 감독·검사서비스 제공을 확충해달라고 요청했다.
은행연합회는 “감독 분담금은 결국 금융회사에서 부담하는 점을 감안해 감독서비스를 제공하는 관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감독분담금 조성 및 감독업무 계획·평가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동시에, 감독·제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정부ㆍ국회의 통제 가능성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독분담금은 그 형식상 ‘세금’이 아닌 ‘감독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인 만큼, 사후 제재보다는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컨설팅 측면에서의 서비스 제공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