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도 양극화…‘자금·인력’ 공백, 중소기업 “준수 불가능”

입력 2022-01-26 18:19 수정 2022-01-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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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99% 안전계획 수립…중소기업 채용공고에도 연락없어

▲24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신진화스너공업 공장에서 작업자가 근무 중이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24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신진화스너공업 공장에서 작업자가 근무 중이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인천시의 A 단조공업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안전관리자를 채용하지 못했다. 채용공고를 올리고 주위 지인을 통해 수소문해도 문의 한통도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력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안전관리자를 뽑을 여력도 없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A사 대표는 “법이 시행됐다지만 뭐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탁상공론 펼칠 시간에 중소기업 현장 좀 찾아와보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소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력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안전관리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기업과 대형건설사 99.6% 안전보건계획 수립을 마쳤다. 반면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처벌법 관련 대응에 미흡한 상황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형국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에선 50인 이상 중소 제조업체의 53.7%가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특히 그 이유에 10명 중 4명이 ‘의무·이해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겐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림의 떡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인력 채용을 준수하지 못하고 모호한 의무사항을 지킬 수 없는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업재해의 약 80~90%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산재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호석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처벌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누구 하나 법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의무사항 이해의 어려움 △전문인력 부족 △안전보건시설 확충 비용 마련 곤란 등을 중대재해처벌 준수가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중소기업계는 고령화도 산업재해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바라봤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은 “많은 정비기술자는 이미 90% 이상이 50대부터 70대까지 초고령화로 진입한 것이 현 실정”이라며 “건설기계정비업계에서는 젊은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중대재해, 즉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가장 큰 요인은 산업현장의 고령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는 정부 지원도 실효성이 없다고 항변한다. 중대재해법 대상 사업장 수는 5만7000여개에 달하지만, 정부가 올해 계획 중인 취약 사업장 컨설팅은 3500개 업체만이 대상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면책 규정 신설’을 최우선 필요 조치로 꼽았다. 모호한 의무사항을 개선하고 사업주 처벌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시설개선과 전문인력 채용에 대한 비용 지원 요청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보완이 시급하며, 최소한 정부 컨설팅 등을 활용해 안전관리체계 구축에 최선을 다한 중소기업의 경우 의무이행 노력에 대한 적극적인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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