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매직’ 안 통했다…10개 중 7개사 주가 역주행

입력 2022-02-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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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란 기자 photoeran@)
(고이란 기자 photoeran@)

‘호실적=주가 상승’이란 등식은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성립되지 않았다. 시장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것)이 거론되며 주식 시장의 불안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가총액 상위 기업 10개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카카오, 현대차, 삼성SDI, 기아, KB금융) 중 실적 발표 후 연초 대비 주가가 오른 곳은 3개사(SK하이닉스, LG화학, KB금융)에 불과했다. 10개사 모두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상승했음에도 7개 사는 호실적을 반등의 모멘텀으로 삼지 못했다.

시총 상위 10개사 중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수익률이 증가한 곳은 현대차였지만, 현대차는 주가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 현대차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영업이익은 6조6789억 원으로 전년보다 178.9% 성장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1% 증가한 117조610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4년 이후 7년 만에, 매출액은 창사 이래 최고치였다.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도 좋은 실적을 낸 현대차였지만 주가는 반대 흐름을 보였다. 17일 현대차의 종가는 18만3500원으로 연초(21만500원)보다 12.82% 하락했다.

이 추세는 여타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기아는 전년보다 145.10%,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3.50%, 삼성SDI는 59% 영업이익을 늘렸지만, 주가는 역주행했다. 연초 주당 8만2600원에 거래됐던 17일 기아는 3.75% 하락한 8만2600원에 장을 마쳤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1만1000원에서 76만 원, 삼성SDI는 65만 원에서 55만7000원로 떨어졌다. 1년 새 영업이익이 43.45% 증가한 삼성전자도 연초 주당 7만8600원에서 17일 7만5000원으로 하락했다. 영업이익이 30.09% 증가한 카카오도 같은 기간 11만4500원에서 9만600원, 8.50% 성장한 네이버도 37만6000원에서 32만4500원으로 하락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맥을 쓰지 못한 이유는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다. 지난 16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는 ‘인플레이션’이 73번 언급됐다. 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에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배경에서 언급됐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돈줄을 죄면 신흥국 주식 시장엔 악재다. 이 탓에 우리 시장은 지난해 말 코스피 3000이 붕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기업이 있었다. 시총 상위 10개 기업 중 올해 들어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종목은 KB금융이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27.6% 증가한 4조4096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4조 클럽을 달성했다. 다른 종목과 차이점은 호실적을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삼은 것이다. 연초 주당 5만5300원에 거래되던 KB금융은 17일 6만5100원에 장을 마쳤다. KB금융의 주가가 상승한 이유는 금리 상승이 호재인 금융주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가 올라 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금융 지주에는 주가 상승으로 작용한다.

LG화학도 연초(61만8000원)보다 3.55% 오른 17일 종가는 64만 원이다. LG화학은 KB금융의 상승 요인과 다르다. 이들은 지난해 말 핵심 부서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리해 상장 준비를 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해 기저효과로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0만 원을 넘겼던 LG화학은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준비하면서 연말 6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연말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기에 현재 주가가 오른 것이다.

SK하이닉스도 17일 연초보다 3.50% 오른 13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도체 업황이 좋아진 데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시작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첫 단계를 마무리하면서 시장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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