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종사자에게 거래정보 등 제공을 요구하면 처벌하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제6조 1항 등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 씨는 2018년 8월 은행원 B 씨에게 C 씨 명의의 은행 계좌번호 제공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약식기소돼 정식재판을 청구해 재판을 받고 있다.
금융실명법은 ‘누구든지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에게 거래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A 씨는 “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뿐만 아니라 행복추구권과 알 권리도 침해한다”며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금융회사 등에 종사하는 자의 제공 또는 누설행위만을 제재하는 것으로 충분함에도 일반인의 거래정보 등 제공요구행위를 제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제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형사제재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제공요구행위로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의무위반에 대해 형사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헌재는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을 통한 경제정의 실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공익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지나치게 일반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선애 재판관은 “실제 거래정보 등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해도 타인인 금융거래 명의인의 거래정보 등을 동의 없이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한 것 자체로 법익 침해 의도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