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준열이 강남 역삼동에서 빌딩 재테크로 40억 원을 벌었다는 보도가 나오며 대중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9년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돈’ 개봉 당시 “재테크로 돈을 벌고 수익이 나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쪽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저는 그쪽보다는 아직 연기에 관심이 많다. 장담 못 하겠지만 건물주 기사로 뵐 일은 없을 듯”이라고 발언한 과거까지 소환되며 대중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다.
류준열의 발언도 문제지만 꽉 막힌 대출로 전세대출 받기도 어려워진 서민들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비난 여론은 더 커지고 있다.
24일 해당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류준열은 2020년 83평 규모의 땅을 58억 원에 사며 매매가의 90%인 52억 원을 대출받았다. 건축 비용 24억 중 70%인 17억 원도 대출했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데 84%의 대출을 받은 것이다. 류준열은 이후 빌딩을 팔아 세전 60억 원, 세후 40억 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이 류준열의 빌딩 재테크에 분노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일반인들은 생각지도 못할 큰 규모의 대출을 통해 지은 빌딩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가격 급등의 대책으로 정부가 대출 옥죄기에 나서며 서민들은 전세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DSR을 2단계로 조정하며 규제를 강화했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현재 2단계에서는 대출액이 2억 원을 초과하면 DSR 40% 규제를 받지만, 올해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에 한해 DSR 40%를 적용하는 3단계가 시행된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가계 대출 규모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000억 원가량 줄었다. 이는 지난달 2000억 원 감소에 이어 2달 연속 감소한 것으로, 은행권 가계 대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도 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달 나온 금융위원회의 ‘2022년 1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7000억 원 줄어들며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규모가 줄었다.
전반적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서민들은 대출을 껴서라도 ‘내 집 마련’을 하기에도 점점 어려워진 상황이다. ‘건물주 기사로 뵐 일 없다’던 류준열 배우의 태도도 실망스럽지만, 일반인과 달리 쉽게 대출을 받고 그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다.
이처럼 일반인과 달리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 재테크를 하는 것은 류준열 배우의 일만도 아니다. 이미 수많은 유명인이 이 같은 방법으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 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둬왔다.
배우 공효진은 지난 2013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지상 5층 규모의 빌딩을 37억 원에 매입했다. 당시 대출금은 26억 원이었다. 자기 자본 8억 원만 들여 매입한 건물은 4년 뒤 60억 원에 팔리며 23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2016년에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빌딩을 63억 원에 매입했다. 이때는 5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후 공효진은 신축 공사를 진행해 건물 가치를 130억 원대로 높였다. 13억 원의 자기 자본을 들여 열 배에 달하는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배우 권상우도 막대한 대출을 바탕으로 건물을 매입했다. 권상우는 지난 2018년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건물을 약 280억 원에 매입했다. 당시 대출액은 건물 매입액의 86% 수준인 240억 원에 달했다. 배우 손예진 역시 2020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건물을 160억 원에 매입하며 시중은행에서 대출 12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고액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연예인들이 유령 법인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서 법인 명의로 대출액을 늘리는 등 편법에 가까운 방식이 동원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9월 방영된 MBC PD수첩에서는 이처럼 연예인들이 여러 방법을 동원, 건물주로 거듭나는 과정이 상세히 소개되며 파장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