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 OO(일간지)·OO(일간지)·OO(방송사) 여론조사 결과 모두 O 후보가 9% 차로 이긴다는 결론’
‘받) 여론조사 전문가, “B 후보가 이길 수 없는 선거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위 ‘지라시’가 판을 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라시는 ‘우세론’에서 ‘확실론’으로 강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특정 기관에 의한 공식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보도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을 노리고 떠도는 지라시가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메신저, SNS 등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진위를 알 수 없는 지라시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식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기간’동안 벌어지는 현상이다.
‘깜깜이 기간’은 공직선거법에 그 근거를 둔다. 공직선거법 제108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고 유권자들이 승산이 있는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는 등 표심이 왜곡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또한 특정 후보·정당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여론조사가 투표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해당 규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됐다. SNS 등을 통해 불확실한 정보가 떠도는 경우가 많아진 만큼, 공식적인 여론조사 기관을 거쳐 만들어진 정보가 보도되는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투표에 도움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근 만들어진 지라시 중 일부는 실제 존재하는 언론, 기관의 이름으로 내용이 구성되며 유권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의 정책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조사 결과라며 ‘1024명 4일 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9.5% 앞서고 있다’는 지라시가 최근 떠돌기도 했다. 응답 인원, 조사 시기, 조사 주체, 조사 결과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어 허위 정보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이러한 정보가 특정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 유포될 가능성이 높아 ‘깜깜이 기간’을 둔 규정이 더욱 무색해진다.
해외 역시 여론조사 공표결과 공개 금지 기간을 둔 국가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짧거나, 선진국의 경우 금지기간이 아예 없다.
세계여론조사협회(WAPOR, 이하 협회)가 2017년 133개국을 조사한 결과,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둔 나라는 약 60%였다. 5%는 아예 선거전 여론조사 자체를 금지하고 있었다. 공표금지 기간을 둔 나라의 평균 금지 기간은 5일이었다. 선거전 6일을 금지하는 우리나라는 평균보다 긴 시간 동안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셈이다.
반면 선거전 여론조사 공표를 규제하지 않는 나라는 33%였다. 숫자로만 보면 선거전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국가가 더 많지만, 흔히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여겨지는 여러 나라들은 이를 규제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금지 기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역시 여론조사 공표금지 규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선관위도 지난 2016년 20대 총선 이후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2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기도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굳이 선거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근거도 없다”라며 “유권자 입장에서는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에서 한 여론조사는 못보고 오히려 지라시만 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선거 전날까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