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단무지로 선택받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입력 2022-03-14 18:23 수정 2022-03-15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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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금융부장

서울 서대문 충정로에 가보면 재미있는 중국음식점이 있다.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 가게에 두 개의 중국집이 자리하고 있다. 좌우로 나뉜 것도 아니다. 문 입구에 있는 중국집을 지나 들어가면 안쪽에 또 하나의 가게가 있다.

미식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두 가게의 대표 메뉴라는 짜장, 짬뽕, 찹쌀탕수육 등의 맛이 엇비슷했고, 단지 평범한 두 중국집의 신기한 동거가 관심을 끌 뿐이다. 차라리 더 맛없는 메뉴를 골라 그 가게를 가지 않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의 기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대선은 사실 ‘한 지붕 두 중국집’의 동거와 닮았다. 두 정당의 대표 메뉴인 진보의 철학과 보수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었고 본음식에 딸려 나오는 단무지처럼 법인카드 초밥, 배우자 허위 이력 등이 더 눈길을 끌었다.

물론, 단무지와 자차이(중국 채소의 일종인 착채를 절여서 만든 반찬), 서비스 군만두도 식당을 고르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조금 달기만 하고 맛깔스럽지 못한 들큼한 자차이가 식당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공짜라지만 군만두가 쉬지근하다면 탕수육의 가성비를 낮춘다. 맛이 개운하지 못하고 조금 비린 배리짝한 단무지는 손님의 혀와 식욕을 망쳐버리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입에 착착 달라붙는 묘한 단맛의 탕수육이나 깐쇼새우가 있다면 단무지나 자차이, 서비스 군만두를 기꺼이 무시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후보(국민의힘)의 공약을 보면 낙선한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의 약속보다 더 특별할 게 없다. 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표 메뉴(10대 공약)에 따르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막대한 지원, 일자리 창출, 부동산 규제 완화, 탄소중립, 돌봄 국가책임 강화, 과학기술 강조 등 국민이 볼 때는 오십보백보일 뿐 가는 방향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겨우 0.73%포인트(약 24만 표)로 당락이 갈렸다.

윤 당선인은 지금까지 맛이 도긴개긴인 메인 요리로 경쟁했다. 그리고 선택은 단무지와 서비스 군만두로 받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대표 요리를 바꿔야 한다. 급선무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 공진화 정책이다. 곤충이 식물의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 주는 대신 식물은 꿀과 꽃가루를 먹이로 제공해 상호 이익을 얻듯이 대한민국이라는 경제집단의 공진화가 절실하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처럼 국민 평안을 키우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불평등과 불공정을 완화할 수 있다면 어느 쪽 인재라도 과감히 포용해야 한다. 인재 통합을 이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취임식 이전까지 새로운 정책을 짜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에 따른 유가 폭등, 원자재 부족, 공급망 혼돈,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등 국민경제 안위를 위협하는 수많은 ‘회색 코끼리’가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다.

대통령 후보가 아닌 당선인으로서 냉철한 시각을 가지고 위기 극복형 경제정책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가능한 한 빨리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고개 숙여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지, 무리하게 공약을 지키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본성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받으면 미적거리며 이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대통령 단임제는 사회, 경제, 정치 등 모든 측면에서 단기적 성과를 부추긴다. 취임 전부터 이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회색 코뿔소가 지나가면 회색 백조(Gray Swan)가 당분간 한국경제라는 호수에서 노닐 것으로 본다. 이미 시장에 알려져 있거나 예측 가능한 악재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시장상태를 의미한다. 하루빨리 대한민국 경제가 역동적 안정성을 갖고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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