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첼시’에 눈독 들이는 국내 금융사...인수 성공할 수 있을까

입력 2022-03-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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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소속 프로축구팀 첼시 로고. (AFP/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소속 프로축구팀 첼시 로고. (AFP/연합뉴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명문 구단 첼시 인수전에 하나은행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21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하나은행 외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 금융사가 인수전에 추가로 합류했다고 전했다. 주인을 잃은 ‘무주공산’ 첼시를 K-머니가 차지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 침략에 주인 잃은 첼시...인수전 나선 하나은행

▲하나은행 본점 건물 외관. (연합뉴스)
▲하나은행 본점 건물 외관. (연합뉴스)

첼시가 주인을 잃은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때문이다. 2003년 첼시를 인수한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자 서방의 제재 대상으로 거론됐다. 결국 첼시의 스폰서 기업들이 지원을 철회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경영에서 손을 떼며 이달 초 첼시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제재 대상에 올리고, 12일 PL 이사회가 아브라모비치의 이사 자격을 박탈하며 아브라모비치와 첼시의 동행은 끝이 났다. 현재 미국 투자회사 ‘레인그룹’을 통해 매각을 진행 중인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의 매각가로 30억 파운드(약 4조 8000억 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첼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나은행은 단독 입찰이 아닌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C&P스포츠(C&P)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에 입찰에 나섰다. C&P는 한국인 여성 에이전트인 카탈리나 킴(한국명 김나나)가 이끌고 있는 스포츠 에이전시 기업으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국인(한국기업)이 처음으로 유럽 빅리그의 메가클럽을 인수하는 사례가 된다. 국내 기업이 메가클럽이 아닌 구단을 인수한 사례로는 1997년 폴란드 리그의 ‘레기아 바르샤바’를 대우그룹이, 2014년 벨기에 2부리그 AFC투비즌을 스포티즌이 인수한 사례 등이 있었다.

하나은행이 첼시 인수전에 뛰어든 건 ‘투자 효과’ 때문이다. 작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며 최강의 유럽 프로축구팀임을 증명한 첼시를 인수함으로써 메가클럽을 운영하는 기업으로서 글로벌 인지도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홍보 효과 외에도 PL이 인기를 끌고 있는 동남아 국가에서 향후 사업이 원활해질 가능성이 있는 등 추가적인 효과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순이익에 따르는 지주사 및 주주의 배당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첼시 인수에 따르는 부가적인 효과라고 분석한다.

하나은행이 축구 사업에 투자하는 일도 익숙하다. 하나은행은 1998년부터 20년 넘게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공식후원은행이며 2007년부터는 A매치 타이틀스폰서로 국가대표팀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17년부터는 K리그의 타이틀스폰서로 거듭났으며 2020년 대전하나시티즌을 창단하는 등 국내 리그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모델로 국가대표팀 주장인 ‘손흥민’을 발탁하며 축구팬들에게는 ‘수상할 정도로 축구에 진심인 회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다.

하나은행 인수 가능성, ‘높지 않아’

▲첼시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첼시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현재까지 첼시 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하나은행을 제외하고도 10~15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미디어 그룹, 런던의 금융사 에이셀 파트너스,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 구단즈 톰 리케츠 가문, 헤지펀드 시타델 창업주인 켄 그리핀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또한 LA다저스 지분을 일부 소유한 토드 보엘리 가문과 스위스 갑부 한스요르크 위스, 전 브리티시 항공 회장 마틴 브로턴, 영국의 부동산 재벌 닉 캔디 등 굵직굵직한 자산가들도 첼시를 원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C&P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기타 입찰자 중 닉 캔디와도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의 열렬한 서포터인 닉 캔디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인 하나금융그룹과 C&P이 컨소시엄의 중요한 캔디의 글로벌 투자자 컨소시엄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이들이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첼시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와 아시아에 보유한 두터운 팬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캔디가 이끄는 컨소시엄의 이름은 ‘블루 풋볼 컨소시엄’이다.

그러나 하나은행이 실제로 첼시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첼시 팬을 포함한 영국 현지에서 첼시의 새로운 구단주의 기준으로 단순히 ‘자본력’만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자본으로만 따지면 거대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나은행 역시 상당한 자금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첼시의 장기적인 안정성, 구단주의 명망이라는 조건을 따질 경우 한 수 아래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 역시 한 번에 큰돈을 넣기가 쉽지 않다. 인수전에서 앞서나간다고 알려진 보엘리 가문 등 주요 경쟁 후보들은 25억 파운드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하나은행이 포함된 컨소시엄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20억 파운드보다 큰 금액이다. 결국 추가 지출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갑작스레 나온 매물에 거금을 투자할 경우 재정적인 부담이 될 수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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