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시멘트, 목재, 석고 등 건설자재 가격 급등
일본 2월 건설자재지수, 사상 최고치
건설 수요 위축...글로벌 경기도 하강 압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철강, 목재, 시멘트, 스테인리스 등 건설자재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막히면서다. 남부 마리우폴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최대 제철소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유럽연합(EU)은 제재 일환으로 러시아산 철강 수입을 금지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철강 수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한 비중은 11%였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맞서 합판 원료인 베니어 수출을 금지했다.
수급 불안 여파로 건설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통계청(CSO)에 따르면 2월 철강 가격은 전년 대비 30% 더 비쌌다. 시멘트(11%), 목재(64%), 석고(30%), 유리(11%) 등 다른 건설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관련업계도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일본 도쿄스틸은 건설용 H자형 강철을 톤당 12만1000엔(약 121만 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13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일본은행(BOJ)이 집계한 2월 건설자재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한 124.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베니어 수출을 금지하면서 일본은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일본 베니어 수입분의 60%를 러시아산이 차지해 향후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치솟는 비용 탓에 프로젝트 자체를 중단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건설협회(AGC)는 “자재 가격 상승으로 계약자들이 프로젝트를 건설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프로젝트를 연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켄 시몬스 AG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계약업체들이 불어난 개발 비용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타이트한 노동 시장으로 인력이 부족한 데다가 자재 가격마저 상승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매우 힘든 시기”라고 설명했다.
건설 수요가 줄면서 경기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용을 감당하기 버거워진 기업들이 고정 투자를 연기하면 경기회복도 그만큼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