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자격이 충분한데 직접생산 의무를 저버린 기업에 입찰 자격을 제한한 것은 과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주식회사 A 사가 조달청장을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 사가 후행 입찰할 당시 추가 실적을 보유해 낙찰자로 선정되는 데 문제가 없었다"며 "능력을 허위로 부풀리려는 적극적 의도에서 거짓 서류를 제출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조달청 역시 입찰자격을 제한한 처분과 별개로 A 사가 후행 계약을 이행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A 사가 직접생산 외 다른 계약 조건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매출의 상당 부분을 공공입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업종의 중소기업인 A 사로서 조달청의 처분으로 중대한 경제적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위반 행위의 위법성 정도보다 A 사에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로 A 사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재판부는 A 사가 공정 진행에 일부 관여한 사정만으로 '직접생산'을 했다고 보기 어려워서 계약 조건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고, 후행입찰의 공정한 집행을 저해한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사는 전자기기를 제조하는 회사로 2019년 2월 서울지방조달청의 입찰 공고에 참여해 낙찰자로 선정됐고, 같은 해 3월 정부와 리튬 배터리 시스템 제작 및 설치 계약(선행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하청생산·타사 제품 납품 등 직접생산 조건을 위반할 경우 부정당업자로 분류해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후 서울지방조달청은 2020년 또 다른 입찰을 공고했는데 A 사는 선행계약에 따른 납품실적을 제출해 낙찰자로 선정됐고 계약(후행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차순위였던 B 사는 서울지방조달청에 'A 사가 하청을 줘 제작·납품해 직접생산의무를 위반했다'고 신고했다.
서울지방조달청은 A 사의 직접생산의무 위반이 사실이라고 결론짓고, 1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A 사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