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의 잔치가 철쭉과 이팝나무, 산수국과 장미로 이어지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에 취한 이들의 얼굴에는 마스크 넘어 행복한 웃음이 가득하다. 이때만큼은 불행이나 고난은 없어 보인다. 더구나 사람들은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 순간의 행복을 영원히 남기겠다는 듯 사진을 찍고 지인들에게 전하기에 바쁘다. 꽃이 해피 바이러스가 되는 시간이다.
원예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문득 꽃이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혹자는 '꽃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나? 다 좋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복도 그냥 얻어지지 않는 노력의 결과란 것을 전제할 때 우리 소비생활에서 꽃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의문이 생겼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화훼산업의 현실은 우리 국민의 꽃 사랑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민 생활이 어려울 때면 제일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꽃 산업이다. 어김없이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도 꽃 농가는 어려움을 겪었고 이러한 어려움은 아직 진행 중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화훼산업이 성장하리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절화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하던 우리나라 화훼산업은 2005년 약 1조 원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하여 현재는 그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화훼류 소비액도 2005년 2만0870원까지 증가하다가 줄곧 감소해 2016년 이후 1만1000원대에서 정체하고 있다. 수출은 줄고 소득의 증가만큼 국민의 꽃 소비는 늘지 않은 탓이다. 한편 화훼류의 수입액은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 꽃 사랑과 꾸준한 수입 증가를 보면 화훼산업의 침체가 통계상의 허점인지 실체인지 조금은 헷갈린다.
세계로 눈을 돌려 살펴보면 1인당 화훼류 소비액은 2016년 기준으로 스위스가 143유로로 가장 높고, 다음이 덴마크, 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영국,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순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하게 이탈리아와 비슷한 44유로였다. 일본을 제외하고 꽃 소비가 많은 서구 국가의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절화류보다 정원용 식물을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 소득이 높은 선진국이고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주거 형태로 볼 때 이들의 꽃 소비는 소득, 주거 형태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유엔은 매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각국의 행복 순위를 발표한다. 매년 순위가 조금 바뀌기는 하지만 상위 국가들은 대부분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의 행복도 순위에 꽃 소비를 견줘봤다. 그 결과, 행복도가 높은 상위 20개국 중 8개국이 꽃 소비 상위 10개국에 속했다. 꽃 소비가 많은 스페인, 이탈리아도 행복도가 높은 나라에 속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꽃과 행복은 어떤 관계일까 다시 생각한다. 행복해서 꽃을 사던 꽃이 있어 행복하든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따지는 것만큼 무의미하다. 다소 억지스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꽃 소비와 국민의 행복 지수는 매우 높은 상관이 있다고 확신한다. 일반적으로 음악의 단순한 감상보다는 곡을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것이 좀 더 적극적이고 심층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의 꽃 사랑을 단순한 '꽃 보기'에서 나아가 '꽃 기르기'로 확산해 간다면 꽃을 통한 행복은 더욱 배가되리란 기대를 가져본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가 '꽃들에게 희망'이 되어 우리나라 화훼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