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 인물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입니다. 윤 당선인이 그를 대통령실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임명하면서 정치권은 물론이고 법조계에서도 비판이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과거를 아는 사람은 그가 화려한(?) 귀환을 했다고 웃지 못할 농담도 던집니다.
시간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전 검사는 2012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를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수사했죠. 유 씨는 1년 뒤인 2013년 재판에 넘겨졌지만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국정원에서 받아 제출한 국경출입 기록 증거가 조작됐기 때문입니다.
검사는 증거를 꼼꼼하게 검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범한 시민이 옥살이를 할 수 있지요. 이 사건 역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 씨가 간첩으로 몰리는 억울한 일이 벌어질 뻔했습니다. 이 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로 재직하면서 유 씨 사건의 수사와 기소, 재판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국경출입 기록이 허위로 드러났고, 결국 증거 검증 소홀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직접 고개를 숙였습니다.
'간첩조작' 사건으로 이 전 검사는 2018년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 일해왔습니다. 검찰은 증거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이 전 검사 등을 수사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2019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그를 포함한 수사팀이 국정원 증거 조작을 알고도 묵인했거나 기록 검토를 소홀히 해 바로잡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직을 떠난 이 전 검사를 부른 사람은 윤 당선인입니다. 둘은 대구고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 검사는 '간첩조작' 사건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아 대구고검으로 내려갔고, 윤 당선인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파동으로 밀려났던 상태입니다. 그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일까요. 이를 두고 "한 번 쓴 사람을 믿고 다시 쓴다"는 윤석열식 인사 방식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이라지만 이 전 검사처럼 징계받은 인물을, 하물며 '간첩조작'이라는 예민한 문제로 징계받은 전직 검사를 그것도 공직기강 비서관이란 자리에 임명한 것은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당장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 전 검사의 공직기강 비서관 내정을 두고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공직타락비서관이 될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든 국정원의 조작을 묵인하고 동조했던 사람을 통해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겠다니 황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적절한 인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검사로 일하면서 '증거 검증'이라는 업무를 소홀히 한 사람에게 공직기강을 맡길 수 있느냐는 꼬리표도 따라붙는 상황입니다. 서초동에서는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당선된 윤 당선인의 철학도 무색해졌다는, 뒷맛이 씁쓸해지는 인사라는 말도 돌고 있습니다.
'간첩조작'으로 힘든 시간을 겪은 유우성 씨도 성토를 쏟아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는 거짓과 조작으로 통하는 나라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년 동안 피해자들에게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결국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검사들이 결국 이렇게 또 나온다. 정말 어이없고 기가 막히다”며 이번 인사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