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팔고 떠나라(Sell in May, and go away)”
월스트리트의 오래된 격언입니다. 5월에는 증시가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보유한 주식을 팔고 떠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미국 증시 상황을 보면 들어맞는 듯도 합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4.29%,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99%, S&P500지수가 3.20% 각각 급락했습니다. 특히 S&P500은 지난해 3월 31일 이후 1년 만에 지수가 400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아직 바닥이 아니다”며 추가 하락을 경고합니다. ‘5월에는 팔고 떠나라’는 격언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건데요.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마니시 데스판테 미국 주식 전략 담당 대표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계속 증가하면서 시장이 계속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약세장 속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금융전문지 ‘가트먼 레터’의 발행인 데니스 가트먼 역시 “미국 증시가 하루 5% 이상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이 항복하는 기미가 보일 때까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가 2006년부터 코스피 5월 수익률을 분석해 본 결과 2008년 서브프라임 기저효과 이후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코스피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또 미·중 무역분쟁이 발발한 2019년 5월 수익률 역시 부진해 셀인메이가 들어맞았습니다.
즉, 16년 동안 5월 수익률이 부진하다고 볼 수 있는 해는 단 4년에 불과했습니다. 셀인메이가 코스피 시장에서는 높은 적중률을 보이진 못한 겁니다.
다만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셀인메이의 여부가 ‘대외변수’에 달려있다는 사실입니다. 서브프라임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가 있을 경우엔 셀인메이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셀인메이가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지만, 강한 대외변수가 있을 때는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겁니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25포인트(0.55%) 내린 2596.56에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피가 26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건 2020년 11월 30일 이후 17개월여 만입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수가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완화 등 뚜렷한 반전 요소가 없으면 증시 분위기 전환은 쉽지 않다고 진단합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저점 수준에 근접했다고 보지만 전반적으로 긴축 등이 해결된 부분이 없다”며 “또 유가와 금리 등 자본시장 변수가 우호적으로 해결된 것이 없어서 지수가 많이 빠졌고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 악재가 계속 확대 재생산되는 중”이라며 “2600선 이하는 과매도 국면이고 충분히 저점 매수 구간이라고 보기는 하지만, 반등하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해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가 완화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다만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관망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손해를 무릅쓰고 무조건 ‘셀(Sell)’하는 것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급락은 견조한 기업들의 실적, 증시 전반적인 밸류에이션 정황을 고려하면 과매도 성격이 강하다”며 “과매도 영역에서는 약간의 호재성 재료 출현만으로도 주가 복원이 빠르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