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달리 표기된 이름을 일치시키려는 까닭은 이름이 그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기호이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중에서는 자타상품을 식별하기 위하여 상품에 부착하는 표장인 상표가 이런 기능을 한다. 상품판매자는 자신의 상표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서 상표가 그 상품을 나타내는 보통명칭으로 인식되면 더 이상 상표로 보호받지 못하기도 한다. 한 예로, ‘노트북’은 도시바의 랩톱컴퓨터 상표였지만 누구나 랩톱컴퓨터를 노트북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더 이상 상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노트북, 냉장고 등 상품의 보통명칭은 해당 상품을 나타내는 상표가 될 수 없다. 등록상표가 되면 그 명칭을 다른 사람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로 이 문제를 넓혀 보면 언어별로 유불리가 나뉜다. ‘떡’처럼 한국에서는 상품의 보통명칭이지만 외국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라면, 그 나라에서는 떡(rice cakes)에 대해서도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OO떡’이 그 나라로 수출되어도 등록상표 ‘떡’의 상표를 침해하게 된다. 이 점에서 한국어는 불리한 편이지만 최근 국제상품분류제도에 관한 협정에서 ‘한복’, ‘소주’, ‘고추장’, ‘된장’, ‘막걸리’, ‘김밥’을 공식 상품명칭으로 채택했다.
공식 상품명칭이 되면 영어 번역이 아닌 한글발음의 로마자 표기가 상품명으로 쓰이는 것으로, 종전에는 ‘김치’, ‘불고기’, ‘비빔밥’만 있었다. 앞으로는 외국에서도 고추장을 ‘fermented hot pepper paste’가 아닌 ‘gochujang’으로 표기하고, 고추장을 지정상품으로 한 ‘gochujang’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 우리말 공간이 세계로 조금씩 확장되는 것이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