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사태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크게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하나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안전운임제는 연장될 수밖에 없을 텐데 왜 이 문제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했는지가 궁금했다.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제 역할을 해 수익 증대에 기여하고 있는 안전운임제를 지금 와서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 시절 안전운임제 도입 때 일몰 1년 전까지 정부가 운영 성과를 평가해 국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시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시행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이 다가오는데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다가 화물연대가 집단행동에 나서자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부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으로 국회가 공전해 어쩔 수 없이 대응이 늦어졌다고 둘러대겠지만 안이한 대처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입법 당시 약속대로 일몰 전에 그동안의 성과와 실태를 분석해 정책적인 대응을 잘했더라면 화물연대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는 화물연대가 파업 명분으로 내세운 핵심 이슈다. 최저임금 성격을 띠고 있는 안전운임제는 해당 화물차주들의 운임료를 평균 10~30% 정도 올려 차주들에게 큰 혜택이다. 따라서 3년 동안 시행하던 이 제도를, 그것도 유가 급등으로 차량 운송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폐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또 다른 의문은 정부가 만능 해법처럼 외쳐댄 ‘법과 원칙’이 화물연대 총파업을 해결하는 데 약효가 먹힐지였다. 사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멈추게 하겠다’는 화물연대의 압박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원희룡 국토부장관 등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강조했지만 결국 엄포로 끝났다. 사실 화물연대 총파업은 노동관계법상 ‘노조파업’이 아닌 집단 운송거부여서 엄밀히 말하면 불법파업은 아니다. 공권력을 통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화물 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내릴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다. 하지만 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때에만 발동될수 있어 이 또한 결행하기 쉽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로 입건된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해서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고 약속해 법과 원칙 대응은 공언(空言)으로 끝났다. 조합원 78명이 불법 현행법으로 체포됐고 이 중 2명이 구속됐는데 파업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행위에 대해선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받도록 약속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상습적 불법 행동에 윤석열 정부도 면죄부를 주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럴거면 무엇 때문에 산업현장의 피해를 감수하고 일주일씩이나 협상을 끌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안전운임제를 하루아침에 폐기하기란 쉽지 않다. 화물차주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수익 증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제도를 안전강화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화물연대 문제는 또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안전운임제는 안전강화가 아니라 국내 물류운송산업의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운송비 부담 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화물차주들의 수익 개선과 연계돼 안전운임제 시행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수그러들 것이다. 정부가 화물연대가 파업 명분으로 내세운 안전운임제 연장 가능성 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했다면 집단 운송거부로 인한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upyk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