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서울·수도권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며 연구개발(R&D) 효율성 향상에 나섰다. 연구개발 강화를 목적으로 흩어져 있던 연구 기능을 통합하고, 첨단 시설을 갖춘 연구소 건립과 이전에 적극적이다. 서울·수도권에 새 둥지 마련은 서울 생활권을 선호하는 인력 유치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여기에 좋은 교통인프라, 관련 기업과의 협업, 산업단지 입주 시 지원 등 장점도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서울 마곡산업단지와 과천 지식정보타운이다. 29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10여 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마곡으로 본사와 연구소를 이전했고, 6개 기업은 신규투자를 통해 과천으로 이전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17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 신약연구소가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둥지를 옮겼고, 코오롱생명과학도 2018년 본사와 연구소를 마곡으로 이전했다. 바이오 기업으로 테고사이언스, 헬릭스미스, SD생명공학 등이 대표적이다. 신진제약은 2020년 8월 마곡 연구개발센터 준공을 마쳤고, 삼진제약과 한독·제넥신은 올해 마곡에 대규모 첨단 연구시설 건립을 마치고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이들 제약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과 연구 역량 집중과 향상을 통해 신약개발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내년 준공을 목표로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기반 조성 위해 705억원을 투입해 마곡C&D센터를 건립 중이다. 마곡 소재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마곡은 도심은 물론 김포·인천공항과의 접근성이 좋고, 단지 자체적으로 입주 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주는 장점이 있다. 대중교통 인프라도 좋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과천으로 자리를 옮기는 곳은 JW그룹, 광동제약, 안국약품, 휴온스 등이다. JW그룹은 연면적 3만5509㎡ 규모의 지하 4층~지상 11층 신사옥에 계열사 연구조직이 내년 상반기 입주한다. 대상은 JW중외제약 신약연구센터(항암제·재생의학치료제), JW중외제약 C&C신약연구소(면역치료제·항암제), JW신약·JW크레아젠(수지상세포·항암백신), JW생명과학 HP연구센터(수액) 등이다. 연구시설·조직 통합 운영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연구개발 효율성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국약품은 본사와 연구소(구로)를 통합해 빠르면 2023년 하반기 과천으로 이전한다. 지난해 판교에 자리잡은 휴온스는 2023년까지 약 530억 원을 투입 신규 연구시설을 과천에 세운다. 광동제약도 2024년 7월 입주를 목표로 약 568억 원을 투입해 신축 사옥 건립에 나선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과천 신축 사옥에 서울 구로에 자리한 연구시설 R&DI센터도 함께 입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성신약과 경동제약도 과천 이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제약기업 연구소는 경기 용인, 화성, 안산 등 서울과 거리가 있는 외곽 지역이었다. 이후 판교테크노밸리에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들이 대거 이전했다. 29일 현재 판교테크노밸리 자료에 따르면 일반·초청연구와 연구지원으로 입주한 기업만 약 48개에 달한다. 또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입주한 인천 송도도 제약바이오 단지로 주목 받기도 했다.
지방에 자리한 바이오기업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이전을 고민 중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서울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서울 또는 서울과 가장 인접한 지역으로 이전을 고민하는 바이오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충청권 소재 한 바이오 기업도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생활비와 주거비를 지원해도 지역에 본사와 연구소가 있어 우수한 인력을 뽑는 것이 쉽지 않다. 인재 유치는 물론 R&D 효율화를 위해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목암생명공학연구소도 용인에서 서울 양재동으로 이전을 검토중이다. 신현진 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5월 바이오코리아2022 행사의 한 포럼에 연자로 나서 “양재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