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저녁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내외의 주최로 환영 만찬이 한창인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단체 사진 촬영 직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주쳤습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이후 두 사람의 첫 재회라 기대되는 순간이었죠.
바이든 대통령은 단상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윤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듯 미소 지으며 악수를 했는데요. 포인트는 이 짧은 순간 ‘노룩(No Look) 악수’라 불리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것입니다.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악수에 ‘노룩’이 붙다니,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그런데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악수는 조금 달랐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정작 악수를 할 땐 윤 대통령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시선은 이미 옆에 있던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곧이어 라데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며 웃음 지었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두 정상 뒤편에 서 있던 윤 대통령은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봤고요.
사실 이번 ‘노룩악수’ 논란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우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됩니다. 정치는 그야말로 ‘악수의 연속’입니다. 정치인 간 사이가 좋든 나쁘든 늘 오가는 의례 행위다 보니 매우 중요한 정치적 행위로 통하는 것입니다.
물론 악수는 본래 우호와 존중을 드러내기 위한 행위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악수를 하거나 악력으로 상대를 기선 제압하는 등의 행동은 상당히 무례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악수를 국제무대 등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이 ‘무례함’을 외교적 우위를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특이한 악수법을 가진 세계 정상들이 구설에 오른 적은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인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수한 손에 힘을 꽉 주거나 손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행동으로 유명합니다. 악수로 각국 정상들과 기 싸움해 자신의 우위를 드러낸다면서요.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는 메르켈의 악수 제의를 아예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열린 정상회담에서 메르켈 전 총리가 기자들의 요청에 악수를 제의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얼굴을 찌푸리며 모르는 척했습니다. 물론 외교적 무례라는 비판에 백악관 측에서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악수하자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해명하긴 했지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례한(?) 악수에 ‘아들뻘’에 가까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2017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난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똑같은 방법으로 악수를 하며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죠. 현장에 있었던 필립 러커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이 장면을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했고 이는 악물었으며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의원의 ‘악수 패싱’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23일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에게 걸어가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가 배 최고위원의 손을 뿌리치며 밀어내는 장면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악수 패싱’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후 배 최고위원이 다른 회의 참석자들과 인사한 뒤 자리로 돌아오며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 두 사람의 신경전은 더욱 확실시됐죠. 두 사람이 20일 비공개회의 유출 논란으로 갈등이 생긴 후, 그 앙금이 그대로 표출된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 대표는 악수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27일 MB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보면 혁신에 반대하시는 분들이 사실관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제게) 흠집내기를 시도한다”며 “사실 프레임 띄우기, 타박하기 하면서 한편으로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데 저는 정치하면서 앞뒤가 다른 경우는 굉장히 강하게 배척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