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망하다면서…. 개관(기관투자자를 비꼬는 개미들의 속어)들은 왜 팔지?’
국내 시장과 간판 기업들이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하던 증권사들이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대거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과 경제전문기관들이 반도체 등 글로벌 산업전망이 부진하리라 전망했음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일제히 ‘매수’를 외쳤지만 정작 자신들 고유 자산으로 투자했던 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은 외국계 의견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리포트는 주가가 내려가고 상승 동력이 없어져도 사라고만 한다”며 비판한다. 리포트 대신 유튜브나 유사투자자문업체 등을 더 신뢰하는 개미들도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7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1111억 원어치 주식을 처분했다. 전체 기관이 팔아치운 1조4179억 원 중 78%가 금융투자사인 셈이다.
한국거래소 투자주체 분류상 금융투자회사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의 고유자산(Principal Investment)을 운용하는 곳을 말한다.
금융투자회사가 가장 많이 판 종목(이하 종목 기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이들은 각각 3545억 원, 1665억 원어치를 처분해 7월 순매도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삼성SDI(-311억 원), 셀트리온(-293억 원), SK텔레콤(-287억 원), KB금융(-245억 원), LG에너지솔루션(-223억 원)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금융투자회사의 눈 밖에 났다.
이 같은 금융투자회사의 행태를 두고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는 ‘쌀 때 사라’고 외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팔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실제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기업 분석 보고서를 발행한 국내 증권사 33곳 중 2곳 만이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이달 14일 기준) 발행된 기업 분석 보고서(7356건) 중 매도 의견의 보고서는 0.44%였다. 94.34%가 매수 의견이었으며 중립은 5.61%였다.
증권사의 수익 구조상 리포트 대상인 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를 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기도 하지만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회사채 발행 등 기업으로부터 받는 돈도 상당하다. 주요 그룹들과 척을 질 수 없어 ‘매수’ 의견 리포트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추정치를 올린 종목만 투자하는 퀀트펀드도 있다”면서 “내부적인 종목 비중 조정 차원이지, 개인투자자를 제물 삼아 팔려 했다는 것은 침소봉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얕은 분석으로 매수·매도를 리딩하는 설 유튜버들이 있는데, 전문가와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는 그 분석이 틀리더라도 어느 정도 경향성이 맞느냐의 차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