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역대 세 번째 재판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도 법원의 법률 해석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는 ‘한정위헌’이 쟁점이 돼 헌재와 대법원간 긴장감이 커질 전망이다.
헌재는 21일 KSS해운이 법원의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재판취소 결정했다.
KSS해운은 1989년 구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한국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는 것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하고, 그에 따라 1989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했으나 2003년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못했다.
세무 당국은 상장 기간 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다시 계산해 부과했다. KCC해운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헌재는 “개정안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부칙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결정을 했다. ‘한정위헌’은 법 조항 자체가 아닌 법원이 이를 ‘OOO’라고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보는 결정이다.
이를 근거로 KSS해운은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은 헌재가 법률조항의 해석·적용을 한 것이지 법률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므로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며 기각했다.
KSS해운은 재심청구 기각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헌재는 “한정위헌결정은 일부위헌결정으로서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하고,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등에 대해 기속력이 있다”며 “이 판결은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으로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했으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GS칼텍스, 롯데디에프리테일 등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도 재판 취소 결정했다.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대법원은 “이전에 발표한 대법원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30일 같은 취지로 역대 두 번째 재판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법원은 6일 “한정위헌결정에 관해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결과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고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이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고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