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기대감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그간 GTX 호재로 가격이 급상승했던 지역들에서는 하락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단기간 급격하게 오른 데 따른 고점 인식과 더불어 금리 인상 등 금융 부담이 커지면서 매수세가 줄어든 탓이다.
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와동동 ‘가람마을10단지 동양엔파트 월드메르디앙’ 전용면적 84㎡형(21층)은 지난달 4억8000만 원에 거래됐다. 직전 실거래가인 6월 5억1200만 원(9층)보다 3200만 원 하락한 것이다. 이 단지 신고가였던 3월 5억4800만 원(7층)과 비교하면 4개월 새 6800만 원 떨어졌다.
인근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파주시 목동동 ‘운정신도시 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형(10층)은 지난달 6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이 평형은 지난해 12월 8억7000만 원(13층)에 신고가 거래됐다. 7개월 새 2억 원 하락한 셈이다.
목동동 D공인 관계자는 “운정역 인근 단지들은 GTX 정차 호재로 작년에 매수세가 크게 늘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안 좋아 급매조차 거래가 되지 않는 분위기”라며 “신고가 기준으로 10% 이상 호가를 내려도 효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파주 운정신도시는 GTX-A노선 정차 호재로 그간 아파트값이 급격히 올랐던 지역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2019년 파주시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4.11%였지만, GTX 호재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2020년 11.02%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14.78% 급등했다.
그러나 최근 이 일대 집값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파주시 아파트값은 올해 1월 10일부터 7월 18일까지 28주 연속 상승하다가 지난달 25일 –0.07%로 하락 반전했다. 지난주에는 –0.07%를 기록하며 2주 연속 하락했다.
파주뿐만이 아니다. 최근 GTX 호재가 불었던 지역들에서 아파트 하락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GTX-A노선 끝자락 동탄신도시 아파트값도 하락세가 짙어지고 있다.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 시범더샵 센트럴시티’ 전용 97㎡형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매매가가 떨어지고 있다. 이 평형은 지난해 7월 15억9500만 원(27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이후 올해 2월 15억5000만 원(29층)→6월 13억1000만 원(3층)→7월 12억8000만 원(6층) 등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화성시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 13일(-0.02%) 하락 전환한 후 이달 1일(-0.20%)까지 34주 연속 떨어졌다.
GTX-C노선 호재를 받았던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인덕원역 인근도 마찬가지다. '푸른마을 인덕원 대우' 전용 84㎡형은 지난달 7억4500만 원(2층)에 팔렸다. 같은 평형 1층 매물이 6월 7억8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3500만 원 하락했다. 이 평형 종전 신고가 11억3500만 원(21년 7월)과 비교하면 1년 새 3억9000만 원 떨어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들은 과거 경험들이 축적돼 있지만, GTX는 그렇지 않아 그간 청사진만 보고 매수세가 붙어 가격이 급등했다”며 “이에 지금 같은 조정장에서 가격 하락세가 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발표처럼 GTX를 조기에 착공하더라도 현재 아파트값에 이미 선반영 된 부분이 있어 가격이 다시 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