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간 기술탈취가 발생해도 정작 중소기업들은 부처에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기술탈취를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관련 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구도로 맞춰졌기 때문이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 탈취 관련 법은 상생협력법과 중소기업기술보호법에 적용을 받는다. 이는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지거나 강제력이 없는 권고안의 수준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2월 새롭게 개정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상생협력법)을 보더라도 대기업이 납품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의무화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 처벌을 받는다. 또 대기업의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중소기업 쪽의 입증책임 부담도 완화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관한 내용이 법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기술보호법은 대기업에 한정되지 않지만, 권고안 수준이라 강제력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공무원들이 행정조사를 진행하고 가해 기업에 대해 시정 권고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술분쟁조정·중재제도’는 기술 탈취를 주장하는 신청기업과 피신청기업 모두 동의가 있을 때만 열리게 된다. 가해 중소기업이 이를 거부하면 조정중재도 열지 못하는 것이다.
노진상 중기부 기술보호과장은 “행정조사가 2018년 12월부터 도입됐고 현재까지 신고 들어온 건은 약 50건이 된다”면서도 “이 절차가 끝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중간에 조정 성립되거나 신고인이 취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끝까지 진행되면 중기부 차원에서 시정 권고까지는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권고여서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의 실속 없는 기술 탈취 정책으로 중소기업들은 결국 소송을 진행한다. 중기부의 ‘2022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기술침해 경험 이후 취한 조치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이 36.8%로 가장 많이 택했다. 이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21.1%)’를 진행했다. 기술 탈취 이후 외부적으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비율은 15.8%나 됐다.
문제는 기술 탈취 관련 소송의 결과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유출 피해 기업들이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는 10%에 그쳤고, 소송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20%나 조사됐다. 현행법상 피해기업이 손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관련 규정도 없고 입증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기술 탈취 근절을 위해 피해기업에 대한 신속한 구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중기부의 실태조사서 정부가 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피해기업의 신속한 구제 지원’이 62.7%로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과의 기술 탈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조소앙 쓰리텍 대표는 “변호사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관련 신고를 했지만 정작 관련 없는 부처가 답변하거나 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 탈취를 당해보면 어느 부처에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