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판매 1.1% 감소, 해외판매 12%↑
내수판매보다 수익성 높은 수출 주력
현대차그룹 국내 점유율 80%대 유지
한국보다 점유율 확대 시급한 해외 집중
지난 8월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판매가 전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내수 판매보다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2년여간 자동차 업계를 옥좨왔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 기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완성차 제조사가 내수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수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일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올해 8월 실적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내수와 수출을 합한 글로벌 판매(반조립제품 수출 포함)는 총 63만8744대에 달했다. 지난해 8월의 56만8875대보다 12.3% 증가한 규모다.
전체 판매는 증가한 반면 내수 판매는 10만5091대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이 기간 해외 판매는 53만3653대로 15.4% 증가했다.
이런 판매 추이만 살펴보면 국산차 시장의 위축을 우려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완성차 제조사의 의도된 생산 전략이 숨어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경기 침체가 시작되며 산업 수요도 감소해 차 시장은 급격히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이 상황에 국산차 제조사는 신차를 앞세워 선방에 나섰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세 번째 맞는 ‘신차 슈퍼 사이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19~2020년, 기아는 2020~2021년 사이에 주력 모델 대부분 ‘풀모델 체인지’되며 시장에 쏟아졌다.
2022년 현재, 현대차를 시작으로 일부 차종이 노후화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침체했던 산업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국산차 제조사는 상대적으로 이윤이 높은 수출 시장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1.1% 감소하는 사이, 해외 판매는 15.4% 증가한 점이 이를 말해준다.
결국, 국내 소비자의 출고 대기 기간은 최장 1년 넘어서고 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국내보다 더 시급한 해외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마냥 수출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 국내 시장에 걸출한 경쟁모델이 등장했을 경우 이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내수 판매용 모델의 생산을 확대한다. 차종별 내수시장 판매 추이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현대차그룹으로서 점유율 80%를 지키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출고 대기기간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회사의 수익을 위해서는 수출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기업 자체가 수익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 수출을 위한 생산전략의 수정을 나무랄 수는 없다”라며 “판매가 부진한 모델은 사실상 주문생산으로 전환하고, 그 틈을 통해 수출형 모델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게 회사 차원에서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