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 대표산업] “中 질주 막는다”…북미 배팅으로 돌파구 찾는 K배터리

입력 2022-09-05 16:23 수정 2022-09-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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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월 CATL, BYD 등 中 배터리 ‘세 자릿수 성장률’
非중국 1위 LG엔솔 9% 성장…韓 3사 점유율 8.3% ↓
“북미가 답이다”…미국 중심 투자 확대하는 K배터리
K배터리 ‘큰 손’ 되자 북미 주지사도 연이어 한국 찾았다

1~7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는 미국의 ‘중국 배터리 고립’ 전략을 토대로 북미에 투자를 확대하며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배터리 시장은 중국계 업체들이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올해 1월~7월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은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83.6GWh(기가와트시)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사용량인 39.7GWh와 비교해 110.6% 성장했다.

중국 남부에 기반을 둔 BYD도 지난해 사용량 10GWh에서 39.3GWh로 2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중국 국영기업 산하인 CALB은 4.1GWh에서 10GWh로 146.8% 증가했다. 궈쉬안(Guoxuan), 신왕다(Sunwoda), 에쓰볼트(SVOLT)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모두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국내 업체들을 위협했다.

국내 3사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기간 34.3GWh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증가하는 데 그쳤다. SK온은 지난해 같은 기간(7.6GWh)보다 약 2.1배 상승한 15.8GWh를 기록했고, 삼성SDI는 7.8GWh에서 12.2GWh로 56.3% 상승했다. 3사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2%에서 25.9%로 8.3%포인트(p)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혼다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에서 LG에너지솔루션 CEO 권영수 부회장(왼쪽)과 혼다 미베 토시히로 CEO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혼다의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체결식에서 LG에너지솔루션 CEO 권영수 부회장(왼쪽)과 혼다 미베 토시히로 CEO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북미에 합작 투자를 진행하며 전략적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세계 배터리 시장은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와 CATL, BYD 등의 중국 배터리 업계가 양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IRA 시행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을 사실상 북미 시장에서 배제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K배터리가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약 44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40GWh 규모의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공장 부지는 검토 중으로 2023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말부터 파우치 배터리셀 및 모듈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을 통해 약 44억5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최대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켄터키에 86GWh, 테네시에 43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각각 건설하고 있으며 2025년 가동이 목표다.

삼성SDI는 지난 5월 북미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최대 31억 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 코코모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애초 올해 말 착공을 시작해, 2025년 1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착공 시기를 두 달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25일 천안사업장에서 미국 인디애나 주지사 일행을 접견,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브래들리 체임버스 인디애나 상무부 장관, 최윤호 사장,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박진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장. (사진제공=삼성SDI)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달 25일 천안사업장에서 미국 인디애나 주지사 일행을 접견,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브래들리 체임버스 인디애나 상무부 장관, 최윤호 사장,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박진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장. (사진제공=삼성SDI)

이에 따라 미국의 총 배터리 생산 능력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는 최근 2025년까지 미국의 총 배터리 생산 능력이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개월 동안 발표된 내용을 종합했을 때, 미국 기가팩토리에만 총 150억 달러(약 20조 원)의 투자가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연간 157GWh의 추가 생산 능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는 현재 미국의 전체 배터리 생산 능력보다 더 큰 규모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북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최근 한국을 찾는 북미 주지사 등 정계 인사들도 늘고 있다. 북미 배터리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한국 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구애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지난달 16일부터 4일까지 세 곳의 북미 주지사와 주 경제개발부 장관 등이 한국을 방문했다. 현재 방한 중인 더그 듀시 미국 애리조나 주지사 또한 현지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LG에너지솔루션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에는 최윤호 삼성SDI 대표가 한국을 방문한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와 브래들리 체임버스 인디애나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났다. 최 사장은 이들에게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라인을 소개하고 스텔란티스와의 JV 진행 현황 및 인디애나주와의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북미에서 생산 능력을 늘려야 비(非)중국시장을 확실하게 선도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면서 “북미를 중점으로 유럽 등에 지역에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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