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그룹의 양대 축인 ‘방산’과 ‘친환경에너지’ 분야를 진두지휘한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김 부회장의 행보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26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주체는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인수대금 2조 원 중 1조 원을 출자한다.
한화는 지난 7월 그룹 개편을 통해 한화에서 분할한 방산사업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합병하기로 했다. 또 한화솔루션에서 비 태양광 사업부문을 분할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외에도 자동차 경량 소재,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 시트, 갤러리아 백화점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분할 기일은 내년 3월 1일이다.
이번 분할·합병으로 방산이 집중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의 정체성이 명확해졌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양대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군함이나 잠수함 등 특수선을 제작해 방산 부문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로 한화는 방산 분야에서 육·해·공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일반 상선 중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제조해 한화그룹의 LNG 관련 사업과 협업도 가능하다. 대우조선해양은 풍력발전 사업도 하고 있어 한화솔루션과 협력도 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그룹의 사업적 시너지뿐만 아니라 ‘국가 기간 산업’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한 만큼 그룹 정체성을 김 부회장에게 맡긴 모양새다.
김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한화솔루션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각자 대표에도 선임됐다. 핵심 사업을 직접 맡아 그룹 내 영향력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회장은 지주사인 한화에서 전략부문장도 역임 중이다. 방산과 신재생에너지 모두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데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라는 큰 이벤트가 발생한 만큼 김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모이고 있다.
경영 승계 지분 변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부회장은 지주 회사인 한화 지분 4.44%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화 지분 9.7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 최대주주(지분 50%)다. 두 지분을 합치면 약 14.14% 수준으로 김 회장 지분(22.65%)에 이은 2대 주주다.
한화에너지는 발전사업과 원유로부터 나온 파라자일렌(PX)을 가공해 필름, 도료, 산업용 자재 등을 만드는 회사다. 발전 사업은 태양광 사업과 함께 가스터빈 발전기 설비 수리로 이뤄졌다. 올 상반기에만 1조9578억 원 규모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매출액이 7364억 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초고속 성장 중이다. 영업이익은 1647억 원으로 이익률 8.41%를 기록했다. 내부 거래는 매출의 10% 수준이다.
향후 지분 승계 시나리오는 한화와 한화에너지 간 합병이나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추가 취득 등 한화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