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책 없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단 전쟁 반대론자들만이 아니다. 친(親) 푸틴 세력이자 전쟁 옹호론자들도 러시아군부에 직접 화살을 겨눴다. 헤르손주 친러시아 점령지 행정부 부수반인 키릴 스트레무소프는 6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푸틴의 최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직격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은 국방장관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사람들의 입을 빌렸지만, 쇼이구 장관을 겨냥해 ‘자살해 마땅하다’는 비난을 가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놀라울 정도로 분명하고 공개적인 질책”이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지배 엘리트 계층 내부에 분열이 일고 있다는 징후는 또 있다.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의 수장이자 푸틴 측근인 람잔 카디로프는 “내가 전략가는 아니지만 실수가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며 “특별군사작전에 변화가 없으면 러시아 지도부를 찾아가 전쟁터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이번 전쟁 목적이 돈바스 지역 해방에 있다며 ‘특별군사작전’이라 불렀다.
9월 21일 푸틴이 들고 나온 군동원령이 ‘오류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압박이 커지자 푸틴은 징집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고 이례적으로 시인했다.
22년간 이어져온 푸틴 권력 체제에서 정부를 향한 비판이 어느 정도 허용되기는 했다. 독재 권력이 사회 불만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한 일종의 장치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은 국내 여론을 강력하게 눌렀다. 전쟁 초기 일부 반전 목소리도 있었지만 푸틴 정권이 단속을 강화하면서 이조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제 반전론자들이 아닌 전쟁 옹호론자, 친푸틴 세력, 고위 간부층에서 비난과 불만이 커져가는 상황이 됐다. 내부 비난이 잇따르자 ‘생소한’ 광경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치연구단체 ‘알폴리틱’ 설립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 체제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건 처음 본다”며 “아무도 통제를 못하기 때문에 푸틴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