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번 조치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판매를 사실상 전면 제한한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소유한 외국 기업의 경우 개별 심사를 거쳐 판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와 충칭, 다롄에 각각 D램 공장, 후공정 공장,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묶어버리는 고강도 계획이다. 미국 기업이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인텔, 엔비디아, AMD, 델 등 미국 기업들은 대중국 수출이 막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 내 외국 기업은 '개별 심사'라는 예외를 뒀지만 절차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수출 통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거대한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 좋을 게 없다"면서 "개별 심사 과정에서도 미국의 개입이 심해질 경우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이번 사안이 미중 패권다툼 등 국제 정세와 연관이 깊은 만큼 정부와 함께 풀어가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보조를 맞춰 국제 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공장을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칩4 동맹에 이어 이번 수출 통제까지 미국의 중국 압박이 우리 기업에 결코 좋을 수 없다"며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