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 업종의 고령 근로자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GDP 비중 1위를 차지하는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가 우리 경제의 노동생산성 저하 및 수익 구조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20년(2001~2021년)간 한국 제조업 근로자 연령대별 비중'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경제 성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청년 근로자 비중은 2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반면 50대 이상 고령 근로자는 3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제조업의 노동력이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청년 근로자(15~29세)의 비중은 2001년 29.7%에서 2021년 14.8%로 14.9%포인트(p) 감소했다. 그러나 고령 근로자(50세 이상)의 비중은 2001년 11%에서 2021년 31.9%로 20.9%p 증가했다. 30대 근로자 비중은 33.9%에서 26.4%로 감소했으나 하락 폭은 15~29세 근로자보다 작았다. 40대는 큰 변화가 없었고, 50대의 경우 9.0%에서 23.9%로 상승하는 등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60세 이상 근로자의 비중은 2%에서 8%로 늘었다.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은 2011년 39.2세에서 2021년 43.0세로 10년간 3.8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1.5세↑)과 미국(0.1세↑)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경련은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연령이 일본을 추월하고 2025년에는 미국마저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전경련은 제조업 근로자의 고령화로 인해 인건비 상승과 노동생산성 저하를 우려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 중 호봉급을 시행 중인 기업의 비중은 57.6%에 달했다. 직능급과 직무급을 시행 중인 기업은 각각 29.0%, 37.6%로 나타났다.
호봉급은 노동생산성과 업무효율과는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만큼 근로자 고령화는 곧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경련 측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가중은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청년 고용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이 고용노동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바탕으로 2011년과 2020년의 제조업 노동비용총액 및 노동생산성을 비교한 결과 제조업의 노동비용 총액은 약 489만 원에서 약 604만 원으로 23.5% 증가했다.
반면 노동생산성 지표는 99.5에서 115.6으로 16.2%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경련은 노동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노동비용 증가는 장기적으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근로자 고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호봉제가 아닌 직무능력이나 직무 가치에 따라 임금을 정하는 직무급·직능급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대학 교육 제도를 혁신해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청년들의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