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북한 역사에 있어 선전선동의 선구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었다. 영화광으로 알려졌던 김정일 위원장은 20대 초반부터 당 선전선동부 실무를 총괄하면서 ‘피바다’, ‘꽃파는 처녀’와 같은 김일성 우상화와 관련된 작품들을 직접 제작하였다. 1970년대부터는 당 조직비서 및 선전비서를 담당하면서 자신이 곧 후계자가 될 것을 예고하듯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대를 이은 충성을 선전선동의 모토로 삼았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북한의 선전선동 분야는 날로 발전하고 있다.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부터 북한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형상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머리스타일, 걸음걸이 등을 김일성 주석과 닮은꼴로 부각해 3대 세습과 혁명전통의 계승자로 나타냈고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을 TV에서 공개하기도 하였다. 2022년 3월 25일 공개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영상은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하게 했다. 최근 북한 선전선동의 특징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최고지도자 혹은 로열패밀리를 직접 노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며, 둘째는 국체, 평화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무력 완성과 관련된 분야 홍보에 집중하여 체제 결속을 시도하고 있으며, 마지막 셋째는 세련된 미디어 기법을 활용하여 효과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1970~80년대에는 민족 가극과 영화 등을 통해, 1990년대 이후부터는 대중음악과 대집단 체조를 선전기법으로 동원했다면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영상과 방송이 선전선동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우리의 흑백TV 시절 뉴스를 연상했던 북한 조선중앙TV에서는 데이터 시각화와 드론, 타입랩스 등의 촬영기법을 활용해서 입체감 있는 뉴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몇 년 전부터는 먹방, 브이로그, 북한에서의 평범한 일상생활 등의 소개에 어린 소녀 유튜버를 등장시키고 있다.
북한 정권도 이제는 체제 선전이라는 주제에 대해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는 인민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스탠더드를 갖추어 정상국가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시대 변화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대표 격 아나운서인 리춘희에게 새로 준공된 아파트를 하사할 만큼 영웅 대접을 하는 것도 이 분야에 있어서의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매스미디어의 특성상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수용은 결국 개방으로 연결된다. 북한 정권이 아무리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의 홍보에만 주력한다고 해도 주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전부 막을 수는 없다. 과거 우리도 군사정권 시절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3S(Sports, Sex, Screen) 육성정책’을 실시하였다. 프로야구를 출범하고 에로영화를 양산하고 국가 주도로 다양한 가요제, 연극제, 학술제 등을 시행하였지만 결국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민주화의 견인차가 되었다. 김주애를 등장시킨 이면에는 백두혈통의 뿌리 다지기를 통해 체제 이완을 방지하고자 하는 북한의 고민이 묻어있을지 모른다. 로열패밀리를 직접 등장시키고 북한 내 선전선동 기법의 현대화를 통해 주민들의 욕구를 해소하려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