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미래가 없어졌다” 재논의 촉구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이 용두사미로 전락한 데 대해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특위) 민간위원들이 재논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반도체기술 관련 학회들도 성명서에 동참하면서 K칩스법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민간위원들은 K칩스법 법안 중 하나인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반대 의사를 담은 성명서를 내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민간위원인 KAIST 김정호·박인철 교수, 서울대학교 정덕균·황철성 교수, 성균관대학교 김용석 교수, 삼성디스플레이 박동건 고문,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 등 전원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대한전자공학회 서승우 학회장,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 강사윤 학회장,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박재근 학회장, 반도체공학회 이윤식 학회장 등 반도체 4대 학회도 성명에 동참했다.
이투데이가 입수한 성명서 초안에 따르면 △미국, 유럽, 일본 등은 민간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과 대만 정부도 이미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 지원하고 있다는 등 반도체 경쟁국들이 시장 자율 체제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개입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3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조특법 개정안에 대해 “시설투자 세액공제 8%는 미국 25% 등 경쟁국에 비하여 크게 부족해 우리나라 반도체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학계 및 산업에 종사하여온 저희들이 판단하기에는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단절시키는 것이고, 후배들에게 희망 고문을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의 현명한 재논의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조특법 개정안은 여야가 제시한 초안에서 후퇴한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는 세액공제 기간을 2030년으로 6년 연장하고, 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상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 세액공제를 각각 10%, 15%, 30%로 하자는 내용의 또 다른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개정안 통과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야당안에도 미치지 못한 8%로 상향에 그쳤다.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양향자 의원은 23일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세액공제 8% 후퇴 기습·편법 처리,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며 “민생은 외면하고 정쟁만 일삼던 여야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사망 선고에는 합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쟁국은 파격적인 세액공제와 더불어 막대한 보조금을 다음 세대를 위해 지불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는 8% 세액공제에 가로막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산업계와 학계,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전문가들이 배신감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