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학원도 아니지만 아이들 돌봐준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입력 2023-01-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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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방과후 교사. 선뜻 와 닿지 않는 이름이지만 우리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교육·돌봄 노동자들이다.

1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마포구 성미산마을 ‘도토리 마을 방과후’에서 활동했던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다룬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성미산마을에 사는 60여 명 학생들의 방과후를 책임지는 이들은 자전거 타기, 춤추기, 요리하기 등 학업 외 일상적인 놀이 활동을 고민하고 실행한다.

학교도, 학원도 아닌 마을을 기반으로 활동하기에 자유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정할 수 있고, 자신들을 ‘선생님’이 아닌 분홍이, 논두렁 같은 별명으로 호칭하게 하면서 아이들과 격의없이 소통한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포스터 (스튜디오 그레인풀)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포스터 (스튜디오 그레인풀)

영화에 따르면 현재 이 같은 마을 방과후 교사는 전국 19곳 공동육아 마을 방과후에서 40여 명 가량 일하고 있다.

다만 정규 교육, 돌봄과정 종사자가 아니기에 이곳에서 일한 방과후 교사들은 여타 사회복지 분야로 이직할 때 경력을 인정 받기 어렵고, 교사와 부모가 뜻을 모아 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공간인 만큼 넉넉한 보수를 지급 받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극 중 내레이션은 “방과후에 다녀요라는 말은 내가 출근하는 곳이 학교일 거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터전’(‘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주 공간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말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떠올리지 못한다”면서 그들 존재가 사회에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음을 짚는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그레인풀)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그레인풀)

코로나로 학교들이 수업을 멈추기 시작하면서 마을 방과후 교사들의 고민은 더 커진다. 돌봄 노동이 한없이 길어지면서 “출근해서 아이들을 만나서 풀로 계속 보는 게 쉽지는 않다”는 어려움도 토로한다.

마을 방과후 교사 논두렁이 부모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를 다룬다. “나는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우면 교사는 더 힘들다”면서 “항상 아이들 설거지나 해주고, 그냥 애들 나들이나 따라 나가서 관찰하는 사람인가 싶으면 ‘왜 있지?’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목소리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등을 촬영한 박홍열 감독과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집필한 그의 아내 황다은 작가가 공동으로 연출했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그레인풀)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속 한 장면 (스튜디오 그레인풀)

연출을 맡은 박홍열 감독은 “우리 모두 돌봄을 받아왔고, 앞으로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임에도 인지하지 못했던 돌봄노동 이야기를 마을 방과후 선생님들이라는 듣기에도 생소한 이들을 통해 드러내보려 했다"면서 이 작품을 통해 "가치를 믿고 일 하지만 (주변에서는) 존재조차 모르는 이들을 세상에 호명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 11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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