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앙’ 튀르키예 지진,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2-0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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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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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새벽 4시께 시작된 튀르키예 지진 발생 이틀이 지났습니다. 튀르키예와 인접국 시리아에서 집계된 사망자는 7800여 명에 이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망자가 2만 명을 넘기는 최악의 상황까지 전망합니다. 통상 재해 후 골든타임은 72시간으로 여겨지는데, 그중 3분의 2 이상이 지난 셈이어서 WHO의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무 선임비상계획관은 “다음 주에 사망·부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며 사망자가 초기 통계보다 최대 8배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팬케이크처럼 겹겹이 쌓인 건물에 수색 작업 난항

튀르키예, 시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는 생존자 구조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 보도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피해 현장에 투입된 구조 인력은 총 6만여 명에 이릅니다. 튀르키예 소방방재청은 3000여 대의 기계와 600여 대의 크레인을 잔해 인양에 투입했죠. 65개국에서 파견한 해외 구조 전문 인력도 3200여 명에 달합니다.

다만 지진 피해가 큰 지역의 공항들이 운영을 멈춰 구조 인력이 피해 현장에 도착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도로도 지진에 파괴돼 구호 물자 수송이 지체되고 있죠.

인력과 물자가 도착했더라도 구조 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키쇼 자이스왈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건축구조엔지니어는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팬케이크처럼 무너져내렸다”고 말합니다. 건물 위층이 그대로 아래층을 덮고, 그 아래층이 밑층을 덮는 식으로 건물이 층층이 무너져내렸다는 건데요. 잔해 속 형성된 공간을 중심으로 생존자를 찾아내는 지진 현장 수색 방식이 잘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구조대를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직접 구조에 나서고 있습니다. 진원지 인근 도시 아디야마의 주민 알리 울루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건물 잔해에 갇힌 지 하루가 지났다. 구조 요청을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모든 회선이 끊어졌다”며 직접 구출에 나선 이유를 밝혔는데요.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인 하타이 지역의 많은 튀르키예인은 ‘비상 대응이 태만했으며 구조 노력이 현장에까지 닿지 않는다’며 온라인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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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연료도 없다” 물자 수급도 난항

튀르키예와 시리아 모두 물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마을 이스켄데룬의 항구에서는 7일(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구호품을 수송할 수 있는 길이 한층 좁아졌습니다.

시리아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합니다. 정부와 반정부 세력 사이 오랜 갈등으로 피해 상황 집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물자 공급로도 일부 차단된 상태죠. 오랜 기간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활발한 국외 원조도 바라기 어렵습니다.

원인은 2011년 3월 시작돼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정권과 반정부 세력의 내전입니다. 여기에 미국, 러시아 등의 대리전이 더해져 시리아 정세는 극단으로 치달은 상태죠.

특히 지진 피해가 큰 시리아 북서부는 반정부 세력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데요. 시리아 정부가 모든 구호품을 수도 다마스쿠스의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지원이 반정부 세력 점령 지역까지 이르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큽니다. 바브 알하와 인근 도로도 지진에 파손된 상황이기도 하죠.

시리아 민방위 구호단체인 ‘화이트 헬멧’ 대변인 오바다 알완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구조에 필요한 기본 자원은 물론 기계 동력 공급에 필요한 디젤 연료까지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영하 7도에 눈·비 불어닥쳐…매몰자 저체온증 우려

날씨도 상황을 긴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의 2월은 평균 최저기온이 2.8도로 서울의 3월과 비슷한 수준인데요.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립니다. 지진이 발생한 6일(현지시간)에도 기온이 2~3도까지 떨어지고 눈이 내렸죠.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수준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쌓인 눈이 구조 작업을 더디게 만드는 가운데 진원지 인근인 가지안테프의 기온은 영하 7도까지 떨어졌습니다. 매몰자들의 저체온증이 우려되는 상황이죠.

지진이 새벽 4시에 일어났던 탓에, 대부분 생존자도 맨발에 잠옷 차림입니다. 이들은 석유 드럼통에 모닥불을 피워가며 버티고 있죠.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우리는 날씨와 지진과 동시에 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지진이 “세기의 재앙”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표했습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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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24시간도 안 남았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중입니다. 일반적으로 재해 발생 72시간을 경계로 중상자의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첫 강진 이후 24시간도 안 남은 상황입니다.

‘골든타임 72시간’은 1995년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한신·아와지대지진(고베 대지진) 때 확립됐습니다. 당시 지진 발생 당일 구출된 사람들의 생존율은 75%, 2일째와 3일째는 각각 24%, 15%였지만 4일째에 5%로 크게 하락했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인간이 물을 마시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한계가 일반적으로 3일이라는 점도 골든타임이 72시간이라는 의견에 힘을 더했습니다.

다만 이번 지진의 경우 날씨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골든타임은 더 짧아질 수 있죠. 카르멘 솔라나 포츠머스대학 박사는 지진 발생 이튿날인 7일 B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24시간이 생존자 발견에 중요하다”며 “48시간이 지나면 생존자 수가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무라트 쿠룸 튀르키예 환경 및 도시계획 장관은 “말로 표현할 길 없는 고통”이라며 일분일초가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과거 지진에서도 100시간이 지나 구조된 사례가 있었다며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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